장청수(2003/08/09)  
 신임 마사회장에게 바란다 ② - 도덕적으로 떳떳 하라


1895년도 서울의 일 년 예산은 5,416원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서울시장에 해당하는 한성판윤의 연봉은 2,000원에 이르렀다. 거기에 친계(親系) 8촌, 외가(外家) 4촌, 처가(妻家) 3촌까지 먹여 살리는 데 저지른 부정부패는 관습적으로 보장되었다하니 자고로 벼슬은 벼슬아치의 돈벌이를 위해 존재한 최고의 재테크 수단이었나 보다.

벼슬을 했다 하면 속된 말로 '눈꽃이 피었다'고 했다. 벼슬 잔치를 육화무(六花舞)라 속칭한 것도 꽃잎이 여섯 개 나있어 육출화(六出花)라 부른 눈꽃에서 비롯된 말이다. 그래서 벼슬의 일출(一出)은 치부(致富)였으며 이출은 그 벼슬이 단 하루에 그치더라도 벼슬 호칭과 그에 따른 영예나 예우가 평생 따른다는 것이요, 삼출은 죽어서도 묘비에 그 벼슬이 오르고, 사출은 족보에 벼슬이 올라 후손 대대로 덕을 본다는 것. 오출은 벼슬과 더불어 부역이나 공역(貢役)을 면제받고, 육출은 사는 집의 칸수나 높이, 그리고 대문의 구조, 묘역의 넓이, 부인의 패션·헤어스타일까지 벼슬 품수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난데없이 옛날 얘기를 꺼내는 것은 요즘 고위 공직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사회 상류층과 지도층에게 지위에 걸 맞는 도덕적 의무(noblesse oblige)가 실종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그럴수록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하라는 국민의 요구는 더욱 준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사회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아니, 잊을 만 하면 부정으로 점철되어 온 경마의 또 다른 역사를 쉽게 탕감해주지 않는 사회의 인식 덕분에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더욱이 신임 마사회장 내정자는 마사회가 초 우량기업이며 복마전이라고는 안 본다고 말했다. 그러기에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에게 귀띔해두고자 한다.  

지난 98년에 전직 오모, 김모 마사회장이 재임 시절 거액의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사정 당국의 내사를 동시에 받았다. 당사자들의 예금 계좌를 추적해 은닉 자금과 함께 협조한 혐의를 받은 마사회 간부 직원들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다. 또, 재작년에는 수원 장외지점 건물 유치 과정에서 경쟁하던 두 곳의 건물주에게 모두 8천만 원을 받은 현직 마사회 사업이사가 구속되었다. 당시 검찰에 따르면 그의 차명계좌에는 수억 원이 입, 출금된 사실이 확인되어 수사가 확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세상에 알려진 비리는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최근에도 모 임원이 비리와 관련하여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는 소문이 제법 신빙성 있게 나돌았다. 그는 부산경마장 건설 과정에서 80여 억원의 지출을 반대하는 고급간부를 출장 보낸 사이 전결로 처리한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모 임원은 골프를 위해 공적인 출장을 밥먹듯이 애용하고 규정에도 없는 관용차와 기사를 현재 버젓이 사용하며 사택으로 고급 아파트를 요구하는 등 공사구분을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가 정체된 조직에 참신성과 전문성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장점 대신에 정권 창조에 공을 세운 인사들에 대한 예우나 관리 감독 부처의 인사 적체에 숨통을 틔우는 편법으로 잘못 이용되다 보니 드러나는 부작용이다. 자격도 없는 소양 미필자들이 사리사욕만을 앞세운 결과다. 일찍이 공자(孔子)께서 국민들의 신뢰가 무너지면 공동체가 바로 설 수 없다며 "무신불립(無信不立)"을 강조한 것도 도덕적 바탕 없이는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나 실천 프로그램도 실효성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는 가르침이었다.

팍스 로마나, 팍스 브리테니카 시대,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의 근간을 지탱했던 공직자들의 솔선수범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신임 마사회장은 그 같은 불량 낙하산들이 조직 전체의 물을 흐린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하며 오늘도 마사회에서 자행되고 있는 병폐들을 발본색원해야만 한다. 특히, 경마의 시행운영 성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마사회와 경마 창출자들에 대한 경마팬의 신뢰 여부임을 감안할 때, 그들이 도덕적 기준을 갖춰야만 한다는 요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직도 경마장을 복마전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호칭하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마사회는 투명하고 정직한 공기업이라고 선전하고 경마는 국민의 건전한 놀이문화라고 홍보하는 슬로건은 속도위반이다. 원칙과 신뢰를 바탕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의 확보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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