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4/07/10)  
 개혁이 경마를 살린다


"노름꾼의 돈은 좀 더 걷어도 된다고 봐! 솔직히 내 의견은 그래"
지난해 마사회 국정 감사장에서 만난 그는 경마세제 개혁을 위한 서명운동에 동참한 경마소비자들의 서명 원본을 필자에게 전달받고 환담하는 자리에서 말했다. 경마팬을 신음하게 하는 세계 최악의 환급률을 인상하고 이중과세의 악법인 기타소득세와 입장료에 부과되는 특소세는 조세 평등의 원칙을 말살하는 폭력이니 폐지하고 교육세와 농특세 등 목적세의 기간이 만료되면 법에 정해진 대로 철폐하여 환급률 인상을 위한 재원으로 전용하라고 요구하는 자리에서 마사회와 농림부를 국민의 이름으로 감독하고 관련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 상임위원장은 경마세금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해본적이 전혀 없으며 왜 내려야 하는지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거기대고 마권세를 폐지하여 일반 상품 구매 때처럼 소비세로 하면 어떠냐는 부탁은 아예 입안에 맴돌지도 못했다. 적어도 그때까지 경마소비자의 주권은 없었던 게 분명하다.

마사회는 기존 법규팀에서 맡던 각종 법률과 세법 개정 업무를 전담할 '제도개선팀'을 새로 꾸리고 가동에 들어갔다. 매출액의 10%인 레저세를 8%로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100배 이상 배당에 부과하는 기타 소득세의 기준도 300배 이상으로 올리고 입장료 800원중 500원인 특별소비세의 폐지를 골자로 하는 경마 세제개혁안을 관계 당국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별팀을 구성한다는 것은 관철을 위한 확고한 의지를 보인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오죽했으면 소비자가 직접 나서 국회를 찾아다닐 정도의 심각한 상황이었음에도 가시적인 성과 하나없이 몇 년을 허송세월로 보낸 것이 안타깝지만 이제라도 전담반을 구성했다는 점에서 칭찬할 일이다.

이미 많은 경마 시행국들은 매출감소와 경쟁 산업의 등장 때문에 공제율의 인하를 서둘러왔다. 마권 발매의 95%를 취급하는 북메이커들이 고율의 마권세를 견디지 못하고 유럽지역으로 영업 거점을 옮기자 영국정부는 2001년 10월에 마권세 폐지를 단행했다. 아일랜드는 99년에 10%의 마권세를 5%로 줄였다가 다시 2%까지 내렸다 그 결과 매출이 장내에서 160%, 장외에서는 273%가 증가했다. 캐나다의 온타리오(Ontario)에서는 96년에 마권세율을 7.35%로 인하했고 말레이지아는 2001년에 17.2%의 마권세율을 무려 11.68%까지 내려 금융 위기후의 매출회복에 성공하고 있다. 환급률의 인상이 매출을 높인다는 보고는 많다. 인도의 경우 89년에 경마세금을 절반으로 낮췄더니 신규고객이 3배로 증가하여 세금이 50%늘었으며 싱가폴 역시 88년에 마권세를 10% 줄여 15%로 인하한 결과 매출이 131% 늘었으며 정부의 수입도 48% 증가했다.

한 술 더떠 최근 미국경마협회(NTRA)가 내놓은 '경마에 있어서의 경제적 규제완화에 대한 포괄적 조사' 내용을 보면 깜짝 놀랄만 하다. 공제율의 상한선만 정해놓고 나머지는 각 경마장의 자율에 맡기는 '공제율 연동제'가 바로 그것이다. 예를 들어 평균 입장객이 적을 때나 매출이 저조한 시즌에는 공제율을 낮추는 이 방안은 5배나 10배미만의 저배당일 경우에는 탄력적으로 세율을 조정해서 속칭 '점배당'을 줄이도록 한다. 대신에 일정 이상 높은 배당에는 공제율을 높이도록 한다. 그래서 흥미를 제고하고 팬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돌려 주자는 것이다.

마사회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총력지원해도 좋은 결과를 장담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 구성된 제도개선팀을 바라보는 시각은 사실 불안하다. 보통 부장급이 맡는 팀장 자리에 과장급이 배치되고 직원 한 명이 붙어서 단 둘이 팀을 맡는 조촐함과 반드시 개선해야만 하는 경마세제 문제가 최근의 매출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마련된 종합대책 가운데 하나일지도 모른다면 정부와 사회의 잘못된 편견에서 비롯된 과도한 경마 세금을 개혁해야하는 중대 사안이 고작 매출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곁다리 대책의 일환으로 전락했다는 섭섭함이다.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는 게 부조리가 아니라면 의전상의 하자이지 싶다.

그럼에도, 기대를 접을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 경마 매출의 증대를 환영하지 않지만 마사회가 불치병을 독약으로 고친 명의(名醫) 허준에게서 극약 처방속에 답이 있다는 혜안을 배웠다면 경마 일수를 늘여서 푼돈을 더 벌겠다는 근시안적인 대책보다는 근본적으로 시스템을 개혁하는 탁월한 방법을 찾으라고 조언하고 싶다. 마사회장은 농림부에 올라가서 경마산업을 다시 살릴 방도를 드디어 찾았다고 일단 보고하고 부회장과 신임 이사들은 당정관계자들에게 환급률을 높이고 세제를 개선하는 개혁코드를 경마장에 발동하면 케케묵은 경마팬의 원성을 해결해서 좋고 매출이 대폭 늘어 국가 재정에 이바지하게되니 이게 바로 꿩먹고 알도 먹는 일석이조가 아니겠느냐고 설득하면 될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한국경마사에 위대한 업적을 남기는 공로자로 기록되는 건 물론이고 경마팬의 이름으로 증정하는 감사패의 수상자가 될 수 있으니까.

경마세제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최우선의 지상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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