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2/11/23)  
 경마팬이 떠난다


추석 휴장을 고비로 매출액을 비롯한 경마 시장 전반에 걸친 경기 하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매출액은 일요경마의 경우 하루 900억원 안팎이었으나 요즘은 700억원에 불과하며 800억원에 달하던 토요경마 매출도 600억원을 밑돌고 있다. 전체적으로 20% 이상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입장 인원도 마찬가지다. 마사회에 따르면 입장객수가 일요경마의 경우 지난 8월 하루 21만명이 넘었으나 요즘 들어서는 2만명 가량 줄었으며 토요경마도 20만명에 육박했으나 지난 16일엔 17만여명에 불과했다.

실제로 경마팬들에 따르면 지점의 빈자리가 눈에 띄게 늘었으며 본장의 경우에는 1경주 시작 이후에도 주차장에 여유 공간이 있다고 전한다. 이에 따라 8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었던 올해 매출액은 지금 추세대로라면 이번 주에 7조원을 채울 것으로 보여 목표 달성여부가 또 다른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끝 모르고 고공비행을 펼치던 경마의 하락 이유는 무엇일까. 마사회 관계자는 신용카드 한도액의 축소 등 자금 시장의 경색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며 추이를 관망중이라고 말한다. 한국마사회가 유일한 경마 시행체라는 법조문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지금의 위기는 경마팬들의 준엄한 꾸짖음인 걸 모르는 모양이다. 이처럼 안일한 상황인식이 지금의 경마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시중에 자금이 없다면 시작한지 4개월 남짓한 경정의 매출이 1천억원을 돌파했다는 보도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경쟁 산업이 등장하면서 그 동안 오만과 독선으로 일관한 경마에 경마팬이 등을 돌린 결과가 지금의 상황이다.

98년 기준으로 미국의 경우 전체 갬블 시장 규모(6,774억달러)의 72.02%를 카지노가 차지하는데 반해 경마는 겨우 2.31%에 그치고 있다. 또한 일본은 전체 시장규모(21조7,000억엔) 중 20% 선까지 밀려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성세(盛世)를 누리던 경마가 공교롭게도 똑같이 카지노에 밀려 선두의 자리를 내준지 오래다. 경마를 능가하는 경쟁세력의 등장이 경마 사양화의 원인이다. 물론 그 이전에는 경마가 양국 모두 제일의 갬블 산업이었음은 언급할 필요도 없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광고하지 않아도 판만 벌리면 팬들이 찾아 들었다. 정부가 허용한 거의 유일한 갬블이 경마였다면 경제 성장과 함께 다양해진 레저 욕구가 이에 부합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제 발로 걸어 들어오는 경마팬에 대한 고객 개념은 없었다. 시행체 직원들조차 경마팬은 노름꾼이라는 하대(下對)심리만 있었을 뿐이다.

경마장을 찾는 사람들의 돈은 먼저 보는 게 임자인지 지하철역 입구부터 잡상인이 늘어서 있고 입장권을 내는 곳부터 식당과 매점이 줄지어 있다. 경마장 식당의 형편없는 음식이 가격만 비싼 것은 경마 일주일만 하면 알 수 있고 매점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싼 것은 두 번만 가보면 안다.

환급률은 어떠한가. 살인적인 공제율이 경마팬의 희생만을 강요해오지 않았는가. 지난해만 보더라도 어림잡아 1조 8천억원을 경마장에 헌납했다. 같은 해 정부예산 105조원의 1.7%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국내 기업 최초로 1조원을 돌파한 삼성전자의 납부세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경마팬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다.
지난해부터는 폐지된다던 교육세가 오히려 1% 인상됐고 기타소득세, 특별소비세도 여전히 버티고 있으며 레저세의 국세화 논의도 별다른 진전이 없다. 그뿐 아니라 2005년 폐지하기로 약속한 농어촌 특별세 2%가 영구 고착화 될 것이라는 분통 터지는 전망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공급능력을 초과하는 과 수요에 의한 매출증가에만 고무되었던 독점적 지위의 경마장이 이대로 가면 흉가(凶家)로 변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급속한 사양화의 여부는 정부 당국과 마사회의 진지한 자세에 달려 있다. 말없이 떠나는 경마팬의 충고를 되새겨 들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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