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4/10/09)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

72년, 경주목장을 매각한 이래 변변한 육성목장을 갖지 못한 마사회가 원당목장을 개설하게 된 84년의 일화 하나. 전두환대통령이 순방길에 일본 마주의 선물을 받아왔다. ‘코넬랜서’ 라는 씨숫말. 당연히 경마장으로 보냈다. 마사회는 비상체제를 발동했다. 지금은 간부로 재직 중인 당시 수의사가 특별히 마련된 마방에 하루 종일 붙어살았다. 하지만, 귀하신 몸을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는 일. 목장을 물색하다가 아예 종마목장을 개설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부지를 찾다보니 서삼릉 근처의 국공유지가 맘에 들었다. 그러나 그린벨트 지역에다가 문화재 관리지역이어서 허가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의 애마가 가서 살겠다는데 문제될 건 없었다.

경마장 사람들은 그를 경마발전의 공헌자로 기억한다. 경주로 한 가운데의 배추밭 농사꾼을 겨우 쫓아내고 비좁은 곳에서 시작했던 뚝섬시절을 마감하며 옮긴 과천 경마장에서 88올림픽 승마경기가 열린 것도 따지고 보면 그의 작품이다.

그 유명한 바덴바덴 IOC총회에서 24회 올림픽 개최지로 서울이 확정되자 81년 겨울, 국무총리실은 승마경기 지원을 마사회에 지시했다. 이때 마련한 지원계획은 단순했다. 경기장 건설 재원을 지원한다는 것뿐, 그러나 그 후 올림픽조직위가 구성되자 마사회는 경마 관계시설과 연계된 승마경기장 건설안을 제출했다. 올림픽이 끝나면 승마장을 뚝섬에 이은 제2경마장이나 조교 훈련장으로 활용한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부지 선정을 놓고 승마협회와의 이견 양상도 있었지만 마사회의 원안이 받아 들여졌다.

문제는 경기장 건설비용 마련이었다. 자체 자금과 차입금으로 충당하겠다 했지만 모자랐다. 그래서 서울시와 협상에 들어갔다. 일단 법인세를 감면하고 지금의 레저세인 마권세의 50%를 시한부로 감면해달라고 했다. 서울시는 난색을 표시했지만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라는 대의명분 아래, 대통령인 그가 결재했다.

결국, 88년 7월에 완공하기까지 총 724억원이 소요된 과천승마경기장 건설비용에는 마권세 감면 분 539억원이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덕분에 올림픽 경기장으로 사명을 완수하고 89년 5월, 용도 변경되어 지금의 과천 서울경마장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부산시와 경남도의 경계선에 절묘한 게리멘더링으로 건설하는 경마장이 난항을 겪고 있다. 97년 3월에 문정수 부산시장과 김혁규 경남지사, 김봉조 마사회장이 서명한 도로와 전철 등 인프라 시설은 물론이고 제반 행정사항을 양 시도가 적극 지원하겠다는 합의내용이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두 배로 늘어난 5천억의 건설비용 때문에 레저세를 감면해달라는 요구를 전례가 없고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묵살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지고 보면 경주경마장 건설이 무산된 이후 자기네들 땅에 경마장을 지어달라고 간청했던 그들의 모습이 더 이상 아니다.

그렇다고, 85년 제주도의 애원을 받아들여 제주경마장을 건설할 당시, 건설 부지를 제주도가 제공하고 수익이 발생할 때까지 마권세를 전액 감면한다는 합의서를 뒤적이며 추억에 젖을 일만도 아니다. 좀더 따끔하게 버르장머리를 고쳐놓을 필요가 있겠다. 지방세법 개정안을 포함한 행정 창구의 일원화 방안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자. 아울러,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15년째 자생력 없이 방치된 제주경마장을 답습할거라면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자. 나 몰라라 떠넘기는 부산과 경남의 횡포를 방치한다면 개장하는 경마장의 앞날도 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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