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4/12/11)  
 굳세어라 스터드북(studbook)


이맘때는 누구나 바쁘다. 가계를 결산하고 다가오는 신년의 살림살이를 걱정하는 주부에서부터 국가의 예산안을 꾸려야 하는 정부와 국회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그렇다.

지금 경마장에서 제일 바쁜 곳을 꼽으라면, 경마시행 최일선의 관련단체와 상금 협상을 벌여야 하는 마사회 경마협력팀도 그렇지만, 예산팀은 더더욱 분주하다. 자본투자예산을 제외한 순수 비용예산만 4,700억원대 수준인 마사회로서는 순전히 비용예산에 충당할 내년도 매출규모가 전체 매출액 대비 10% 수준인 당기순이익을 역산하면 약 5조 수준은 되어야 한다. 거기다, 매년 늘어나는 비용과 최근 300억원대의 매출하락 추세를 감안하면 내년도 예산 편성은 아예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막막한 실정인 모양이다.

각 부서에서 요구한 중장기 자본투자계획을 모두 반영할 경우 당장 내년부터 340억원의 자금 부족사태가 발생할 지경이라니 화려한 날은 다 지나간 셈이다. 급한 대로 발등의 불부터 끈다는 입장이지만, 꼭 필요하지 않거나 급하지 아니한 것을 추려내면 된다는 불요불급(不要不急)의 방침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한집안 식구들을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70년대엔 긴축 또는 감축 예산을 밥 먹듯이 편성했다는 선배들의 무용담도 실감이 가지 않는다.

안쓰러운 모습을 지켜보는 가운데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예산 절감한다고 팬서비스 비용이 줄어들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한참 호황일 때도 팬들이 모르고 안 찾아간 일 년 평균 25억원대의 미환급금을 마사회 예산에 전용하여 어디에 쓰였는지도 모르게 ‘꿀꺽’한 걸, 형편이 어려워진 지금에 와서 바로잡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다 대고 예산을 늘려달라는 투정도 민망한 일. 오히려 예산이 깎이거나 배정의 후순위로 밀리지 않기를 바라는 게 현명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런 와중에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온다. 지난 2001년부터 운영돼 온 마사회 말 등록정보 홈페이지(studbook.co.kr)가 예산과 인원부족으로 당장 내년부터 폐지될 운명이라는 것이다. 그곳에서는 전체 등록마 내역, 말의 혈통, 수입마의 외국경주성적, 선대마의 경주성적, 번식성적 등 그때까지 제공하지 못했던 다양하고 새로운 말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 또한, 지난해 5월에는 확대 개편을 통해 혈통강좌 코너와 후대마 예측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혈통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고 이를 마필생산에 활용토록 했으며, 생산자․소유자별 정보조회 및 통계조회 시스템을 가동하여 등록마 현황을 한눈에 보여주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사용 가능 마명을 직접 조회하고 등록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해서 관계자들의 수고를 크게 덜었다.

경마팬의 입장에서 보면 경마가 혈통 게임이라는 속성을 정확히 알게 된 것도, 98년 10월 한국혈통서가 국제 공인을 받고 마사회가 한국혈통서 창간호를 만들 무렵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사회 등록팀이 모든 더러브렛의 5대 혈통을 찾아 데이터베이스로 저장하고 그 정보를 팬들에게 제공함으로써 혈통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오늘에 이른 것이다. 이처럼 방대한 자료들을 체계화시킨 것 하나만으로도 우리 경마의 투명성과 신인도를 제고하는데 크게 기여해왔다.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를 일이다.

‘마사회에 바란다’코너를 KRA홈페이지에서 더 깊숙한 곳으로 숨긴 것도 따지고 보면 귀찮고 골치 아픈 것을 폐지할 수 없다면 감추겠다는 무사안일(無事安逸)이다. 그러나 다양한 혈통정보와 올바른 혈통분석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우리 경마의 국제화를 지향하는 스터드북 홈페이지를 아예 폭파시키겠다는 방침은 안일주의(安逸主義)를 넘는 시대 역행이다.

거꾸로 가는 마사회의 인터넷 관련 정책을 바라보는 심정이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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