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3/05/31)  
 공정과 신뢰는 별개다



기회 있을 때마다 재결은 공정한 경마시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경마팬의 권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주장한다. 공정 경마의 최후 보루가 자신들이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재결의 신뢰를 떨어트리는 자충수를 보노라면 과연 그들이 공정한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지난 일요일 제11경주, 박태종 기수가 기승 한 "퍼펙트챔피온"이 1 코너 지점에서 외측 사행하며 "부움"의 진로에 영향을 준 사항은 당연히 재결이 호루라기를 불었어야 하는 상황이다. 강착 여부를 떠나 가해마와 피해마가 외곽으로 밀려나며 주행 이상을 보이는 장면이 목격되었음에도 심의조차 하지 않은 것은 재결의 매뉴얼을 외면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그들은 착순 변경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심의경주로 지정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부움"의 주행에 영향을 준 것에 책임을 물어 이틀간의 기승 정지 처분을 내렸다. 강착은 아니지만 피해를 줬다는 시인이다. 피해마의 피해 정도가 강착 사유인데 분명히 피해를 받은 말이 있음에도 지하실에서 해당 기수만 불러 제재를 내린 셈이다.

관객들이 대수롭지 않게 판단한 사안들에 대해 그 동안 레드카드를 남발해 오던 재결이 이번엔 침묵했다는 주장은 그들이 일관성을 유지하느냐는 본질적인 물음으로 이어진다. 4월 19일 토요일 9경주 "무비동자"에 기승 했던 유훈 기수에게는 무리한 선행 경합을 했다는 이유로 8일간의 기승 정지 처분을 내렸고 다음날 "언어카운티들리"의 임대규 기수 역시 같은 사안으로 3일 동안 발을 묶었다. 재결이 교체되면서 기수를 길들이려는 음모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또한, 5월 18일 발주 직후 주행 거부하는 말에서 낙마한 이동국 기수에게 기승법 부적절이라는 명목으로 4일간의 기승 정지 처분을 내렸다. 많은 관계자들이 불가항력이었다고 판단한 사안에 대해 그것도 신인 기수의 낙마에 대해 마필 유도 불량의 책임을 물어 제재한 것이다. 발주 직후 두 번이나 낙마함으로써 예주 거리를 부활하고 마권을 환불하라는 대규모 민원 사태를 초래했던 박태종 기수 낙마사건과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과천벌 최고의 기수는 떨어져도 괜찮고 신인기수는 안 된다는 것이냐는 비아냥과 조롱이 나왔다.

이번 사건은 결과적으로 재결이 박태종 기수에게 욕을 보인 셈이다. 박기수 자신은 강착으로 4~6일의 기승정지가 아닌 단 이틀의 정지로 특별한 대접을 받았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부담하게 되었고 이에 일조(一助)한 재결은 형평성의 저울을 소지하고 있느냐는 인신공격성의 질문을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경마팬은 강착 사유라고 하는데 재결은 그렇지 않다 하고 반대로 강착을 시켰는데 수긍을 못하겠다는 경마팬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야할 것이다. 심판과 선수가 만나 이해의 폭을 넓히자는 의미로 매주 수요일이면 기수회관으로 직접 찾아가 지난 한 주간의 제재 내용을 놓고 기수, 조교사 등 관계자들과 경주를 복기(Review)하는 시간을 갖는 재결의 성의라면 경마팬들과 못할 것도 없다.

오는 8월이면 강착, 실격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째가 되는 것을 계기로 판례집을 편찬해 보자. 이 나라 최고의 사법부인 대법원이 그것을 지침서로 활용하여 투명성을 확보하듯이 십 년간의 사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일관성과 형평성에 대해 검토하고 공정성에 관한 합의를 재정립하는 계기로 삼길 권한다.

재결이 매사를 공정하게 처리하려 노력한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신뢰해 달라는 요구에는 선뜻 동의할 수 없는 실정이다. 자신들이 아무리 옳고 부끄럼이 없다 강변하여도 경마팬을 포함한 당사자들을 납득시킬 수 없다면 고대 유럽에서 왕의 권한을 위임받아 지역을 통할했던 재결(Steward)의 위상은 고사하고 당구경기의 득점만을 기록하는 심판(scorer)으로 전락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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