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4/07/17)  
 개처럼 벌어오면 정승처럼 쓰겠다?


마사회가 경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벗기 위해 농민 자녀를 위한 장학복지재단을 세우기로 했으나, 상급기관인 농림부가 재단 이름에 '마사회' 또는 '경마'를 상징하는 문구를 넣지 못하게 딴죽을 걸고 나섰다.
마사회는 올해 200억원을 시작으로 매년 150억의 특별적립금을 재원으로 장학복지재단을 만들어 농업인 자녀 학자금지원, 복지사업, 국내외 연수프로그램 개발·지원 등을 할 예정이었으나 농림부는 재단 이름이 중립적이어야 한다면서 마사회나 경마를 상징하는 재단 이름은 안 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마사회는 경마의 직접적인 공익기여를 위해 설립되는 재단에 이름을 빼라는 것은 농림부가 자신을 '앵벌이' 정도로 여기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쉽게 얘기해서 농림부의 방침은 재단 명칭에 경마나 이와 유사한 의미를 포함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더 까놓고 말하면 숭고한 장학재단에 창피하게 경마를 들먹거릴 수 있느냐고 위엄을 부리는 거다. 그러나 재단 설립을 위한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나 시행령 어디에도 이를 금지하는 조항은 없다. 경마는 절대 안 된다는 조항은커녕 그 흔한 반 사회적이고 미풍양속에 위배되는 이름은 금지한다는 규제조차 없다. 그런데도 농림부 관계자는 재단 이름은 신중하게 결정할 문제라고 버틴다.

우리나라에 있는 재단은 대략 3천 여개. 그 중에서 최근 자료에 의하면 장학 재단은 1,254개다. 기금규모가 가장 큰 곳은 5천억원 규모의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이며 두 번째는 총자산이 3천억원에 이르는 '관정 이종환 교육재단'이다. 그 다음으로는 '포스코장학회' '롯데장학재단'이 뒤를 잇는다. 미국에는 포드재단, 록펠러재단, IBM재단이, 일본에는 도요타재단, 히타치재단이 있다. 경마와 관련해서도 일본마주협회는 '중앙경마사회복지재단'을, 홍콩에서는 '자키클럽자선재단'(HKJC Charities Trust)을 운용한다. 특히, 홍콩은 발전적 모델을 제시한다. 구룡반도 동쪽, 청수만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양지바른 언덕에 자리한 홍콩과학기술대학의 캠퍼스 부지 18만 평을 재단에서 기증했다. 1975년 설립한 이래 3조 5000억원을 사회복지에 기여한 재단의 모토는 '더 많은 복지를 위해(For More Charity)'다. 홍콩마사회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납세기구이며 1만 9000여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기관으로 알고 있을 정도로 경마는 사회복지로 연결되는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재단 창설자나 기업의 이름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재단의 주체를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사업 목적에도 부합하고 사업 진행을 용이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농림부는 이를 모르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지난해 농림부는 세계농업 기술상 행사에 마사회 특별 적립금을 사용하면서 '농림부장관이 지원하는 마사회특별적립금 사업' 등 홍보문구나 표식을 건축물 또는 홍보물에 마사회와 협의해서 표기하라고 시달한 바 있다. 1억원을 지원하면서 행사를 맡은 세계일보 측에 '마사회'라는 문구가 포함되도록 공문을 내려보낸 것이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는 안 되는 것일까. 불과 일 년 사이에 경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악화되어 여론의 지탄을 받을까봐 그랬을리는 없고 농림부가 생색을 내려하는 장학사업에 마사회는 돈만 대고 나서지 말아달라는 뉘앙스인 모양이다.

농어민 복지사업에 들어가는 잡다한 돈을 마사회가 부담하도록 마사회법 42조에 못박아 놓고 농림부 장관은 지난 99년부터 올해까지 1,492억원을 갖다 썼다. 사용처는 무조건 장관이 지정하고 공문 한 장 달랑 보내면 마사회는 송금하는 방식이다. 같은 기간 축산발전기금은 8,845억원에 이르지만 농림부가 발표한 자료 어디에도 마사회가 낸 기금이 어떻게 쓰여졌는지를 밝힌 대목은 없다. 그러니까 재주는 마사회가 부리고 생색은 농림부가 낸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이다.

어차피 경마가 정부부처의 관장을 받아야 한다면 차라리 교육부나 복지부가 낫지 싶다. 마필 생산이 농정의 범주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경마 이익금의 60%를 농림부에 헌납하는 횡포를 당해야 한다면 그 돈으로 2세를 가르치는 교육이나 주위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복지 사업에 돌리는 것이 훨씬 뿌듯하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면서도 적극 지원할 수 없는 분야에 사용처를 정해놓고 기금을 사용하면 무지막지한 경마관련 세제에 신음하는 경마팬들도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자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이 얼마나 멋들어진 정경유착의 건설적인 사례이며 사행성 자금의 공익적 세탁방법인가.

이번의 재단 명칭 파동에 모든 경마관련단체들이 나서서 한목소리를 내기는 지난 99년 마사회 사업 이익률을 6%로 상향 조정하겠다는 기획예산처 방침의 부당성을 규탄할 때 이후 처음이다. 농림부의 거만과 독선이 경마인의 자존심과 명예를 짓밟았기 때문이다. 지극히 당연한 최소한의 배려임에도 나 몰라라 하고 한국 경마산업에 가장 절실히 필요한 대내외적 명분제공을 외면하는 농림부의 처사가 불쾌하다. 매우 유감이다. 농림부는 자회사(?)인 마사회가 시행하는 경마에 대한 기본 인식을 먼저 바꾸고 나서 한국 경마의 책임자로서 권리와 의무를 다했는지 자신에게 물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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