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2/11/30)  
 경마가 재미없다

지난 호에서 언급했듯이 경마팬이 떠나고 있다. 개선은 요원한 채, 살인적인 환급률이 고수되고 있고 대 고객 서비스는 서비스라는 용어의 사용 자체가 불쾌할 지경이라는 것은 이미 살펴보았다.

또 무엇이 있을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경마가 재미없다는 점이다. 현재 서울경마장의 마필 등록두수는 1,445마리다. 그 중에 휴양마와 능력, 발주검사를 받지 않은 213마리를 제외하면 1,232마리. 그러나 지난 10월에 한번이라도 경주에 출주한 말은 1,077마리이며 9월에는 971마리에 불과하다.

빈약한 자원의 살림살이 때문에 경주 편성 자체가 부실해지고 있으며 그나마 한 달에 한번씩 번호만 바꿔 달고 나오는 이들은 능력 저급마가 대다수라서 맥빠진 경주로 일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그 영향이 특별경주와 대상경주에까지 미치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상경주의 경우 종전에는 1군만을 대상으로 시행하던 것을 국산마는 2군까지, 외산마는 3군까지 시행군의 범위를 확대했다. 표면적인 사유가 우수마의 조기 발굴이라 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출주두수의 원활한 확보가 목적이다. 하지만 이런 처방도 별다른 약효가 없었다. 지난해에 비해 두 개가 늘어난 18번의 대상경주 가운데 이미 치른 17개 경주의 출주 두수는 7~8마리가 고작이었다. 한편, 1군마를 대상으로 열리는 대상경주는 전체의 절반에 이르는 9번이나 되는데 1군마 전체두수는 국산마 80마리, 외산마 74마리 등 총 154마리에 불과한 형편이다. 이들을 갖고 일반 경주를 치르고 대상경주에 나서게 하다보니 편성 단계에서부터 허덕이는 것이다.

양(量)뿐만 아니라 질(質) 또한 문제다. 지난 뚝섬배 대상경주에서 '쾌도난마'가 우승을 차지했지만 그가 진정한 강자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경마팬들이 많은 실정이며 우승의 기회를 균등히 제공하는 핸디캡의 영향으로 대상경주가 강한 말을 가리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해의 최강자를 가리는 그랑프리 역시 핸디캡으로 마무리한다.

능력이 한참 모자라도 핸디캡 덕분에 대상경주를 제패할 수 있다는 희망은 이미 93년 그랑프리에서 실현되었는지도 모른다. 당시의 우승마 '기쁜소식'은 연도 대표마로 선정된 '고대산'보다 무려 12KG을 덜 짊어지고 뛰어 우승했다. 핸디캡위원과 대상경주에 저급마를 출전시키는 마주를 제외한 많은 경마관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핸디캡은 누구나 우승할 수 있는 기회를 균등하게 배분한다는 경마 후진국의 발상이며 나눠먹기의 전형(典型)이다.

경마의 기본 매커니즘인 우승열패만을 강조하면 마주들이 대상경주의 출전을 회피해서 경주편성조차 안될 지경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마사회의 변명을 듣노라면 우리 경마는 마주들만을 위한 게임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무려 11번을 핸디캡으로 치르는대상경주가 마주와 마필관리자들만을 위한 이벤트라면 경마팬을 부를 이유가 없다. 재미도 없고 흥미도 유발시키지 못하는 게임에 들러리를 서라는 것은 불쾌한 초대일 뿐이다.

참고로 올해 미국의 삼관(三冠) 대상경주에서 78년 어펌드(Affirmed)이래 첫 삼관마 탄생을 꿈꾸게 했던 워 엠블렘(War Emblem)이 마지막 벨몬트 대상경주에서 아쉽게 패배함으로써 위업달성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흥미로웠던 이번 씨리즈는 주목할만한 통계를 남겼다. 삼관 경주만을 놓고 봤을 때 5년 전 보다 입장인원이 16%, TV시청률은 28%, 매출액은 67% 증가한 2억 8,300만 달러에 이르렀다.

한가지 더. 대상경주와 특별경주는 어느 것이 더 많아야 할까. 규모와 수준이 높은 대상경주가 적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8개나 더 많은 게 우리 실정이다. 역삼각형의 기형 구조를 갖다보니 대상경주가 부실해져서 볼거리가 없는 것이다. 특별한 경주조차 외면 당할 정도로 경마가 재미없는데 경마장을 떠나는 경마팬이 줄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이상한 일 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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