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3/01/25)  
 경마와 세금이야기⑤ - 국세와 지방세


새로 들어설 정부가 국세의 일부를 지방세로 이전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재정 독립이 진정한 지방 자치의 기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노 당선자가 공약으로 내세운 '지방 균형발전과 분권'을 실제 구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경마세금과 관련해서는 나무만 보고 숲을 헤아리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갖게 한다.

현재 조세분류 체계상 내국세는 소득세와 법인세, 상속세와 부가가치세 등 직, 간접세를 포함 15개 항목이며 지방세는 취득세, 농지세, 담배소비세 등 17개 항목으로 되어 있다. 항목상으로는 지방세가 훨씬 많지만 2000년 발간된 국세통계연보를 기준으로 보면 우리 나라의 국세와 지방세 세입규모비율은 81.9% 대 18.1%로 국세가 4배 가량 많은 실정이다.

따라서 저 수입-고 지출로 지방재정이 기형화된 지자체들은 늘어나는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매년 지방재정교부금을 확보하려고 중앙정부를 상대로 예산확보전쟁을 벌여왔다. 그 탓에 우리의 지방자치는 '반쪽자치'로 불려 온 것 또한 사실이다. 실제 2001년 기준으로 광역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서울만 95.6%로 사실상 완전자립을 하고 있을 뿐, 나머지는 40%미만으로 평균 56.6%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명목상의 자치만 도입되었지 지방정부가 지역주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재정기반은 전혀 주어지지 않은 채 중앙정부의 교부금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체제로 지자체들은 서울시를 필두로 국세의 지방세 이전을 줄기차게 요구해왔지만 번번이 묵살돼왔다.

그럼에도 위와 같은 이양 방안이 반드시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 조세학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직접세나 소비세의 과세권을 지방에 이관하는 대신 지방교부금이 줄어들게 되면 서울 등 부자 지자체와 재정자립도가 20%대에 불과한 전남 등 가난한 지자체 간의 공공서비스 제공 능력의 격차는 현재보다 더욱 확대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며 따라서 평등 지향성이 강한 우리 정서에 비춰볼 때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일등공신(?)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아울러 1966년 국세청이 설립된 이래 대부분의 공공재원을 단일한 기구가 거둠으로써 상당한 규모의 경제가 가능했지만 지방 이관 시에는 과연 국세청에 버금가는 효율적인 세무기관을 구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될 수 있으며 지방자치가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과 같이 지방정부간 경영능력의 경쟁을 통해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임을 상기할 때 이 같은 장애를 극복하지 못하고 제도적 장치들을 보완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추진은 정책실패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같이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는 이유는 경마 세금 가운데 마권세(2001년 레저세로 명칭이 바뀌었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마권세로 부름)가 이미 국세에서 지방세로 이전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마권세는 1942년 조선마권세령에 의해 도입되었는데 일본마권세법과 동일하게 국고납부금이 발매액의 5%, 마권세인 발매세가 발매액의 4%, 환급금에 대한 소득세인 불려세(佛戾稅)가 10% 부과되었다. 또한, 해방 이후 1950년 마권세법(법률 제92호)이 제정되어 환급세가 마권의 종류에 따라 20%와 8%로 분리 과세될 때까지 중앙정부가 거두었다. 그러던 것이 1961년, 5.16 혁명을 일으킨 군사정부는 국세와 지방세의 조정에 관한 법률을 통해 마권세를 국세에서 지방세(도세)로 이양시켜 버렸다. 76년에는 지방세법 개정을 통해 도세에서 시군세로 88년에는 다시 도세로 환원되었다가 89년 뚝섬에서 과천으로의 경마장 이전을 계기로 세원을 잃은 서울시와 기득권을 획득한 경기도 간의 지루한 공방 끝에 1994년 경마장 소재지의 도에만 납부하던 마권세를 장외 지점 소재지에도 일부 나누는 조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렇다면 마권세는 국세와 지방세 가운데 어느 쪽이 적합한 것일까.

마권세는 현재, 경마장이 소재한 광역 자치단체에 100%, 장외지점의 마권세는 경마장 소재 자치단체에와 지점이 위치한 지자체에 각각 50%씩 납부한다. 여기에 마권세를 징수한 광역지자체는 경마장과 장외 지점이 소재한 기초자치단체에 50% 정도를 환급한다.

이에 따라 경기도의 경우 2000년 전체 마권 징수액 4,622여 억 원 중 72%인 3,327여 억 원을 가져갔으며 나머지는 서울시 17.3%, 제주도 5.8%, 대전시 2.0%등이다. 특히 과천시의 경우 2000년 전체 지방세 징수액 가운데 91.5%인 2,829억 원을 마권세가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자치단체별 지방세 징수액 5천948억 원으로 전국 3위에 올랐는데 이를 1인당 부담액으로 나눠보면 835만 원으로 서울 중구 372만 원, 서울 강남구 200만 원, 서울 종로구 197만 원 등 다른 상위권 자치단체들에 비해 월등히 높았으며 재정자립도 역시 96.3%로 서울 서초와 강남을 가볍게 제쳤다.

과천에 거주하는 필자가 지난해 낸 세금을 모두 합하고 심지어 가족의 그것까지 통 털어도 위의 835만 원에 턱없이 모자라는 것은 경마팬들의 덕분이다. 그 흔한 대상경주에 스폰서로 참여하지도 않는 과천시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자신의 지역에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수천 억 원의 지방세를 독점하여 지방 재정자립도 전국 1위의 영예를 차지하는 것은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에 사는 직장인이 광주로 출장을 가서 제주 교차경주의 마권을 구매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럴 때 마권세의 처리방법은 구시대적 방식으로는 가닥을 잡기가 쉽지 않다. 종전의 방식대로라면 무조건 경마장 소재지인 북제주군(제주도)에 납부하면 됐지만 오늘날 지자체간 자주적 재원 확보를 위한 갈등구조 아래서는 판매지역인 광주지점이 소재하는 북구(광주시)에서 서울시민이 관내의 혼잡을 가중시킨 책임을 들어 더 많은 지분을 요구할 수도 있고 억지스러울지 몰라도 강남구에서는 마권 구매자의 연고권을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마권을 판매한 광주 소재 마사회지점에서 북제주군과 광주 북구청에 각각 절반씩을 신고 납부하고 있으며 도세(道稅)인 까닭에 북제주군에서는 제주도에 납입하게되고 제주도에서는 위임징수에 따른 교부금으로 절반 금액의 30%에 해당하는 총납부액의 15%를 다시 북제주군에 교부하며 나머지 35%는 제주도의 재정으로 사용한다. 한편, 광주 북구도 마찬가지 절차를 밟아 납입하나 교부 요율이 3% 밖에 안돼 광주시가 48.5%를 북구는 1.5%를 얻는데 그친다.

이러한 교차투표시의 마권세 신고납부 과정에서 각급 자치단체간 배분율이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인공위성을 통한 중계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지방세의 원칙인 세원의 국지화나 지역간 재정력의 격차를 완화하는 지방세 또는 수수료 개념의 지방세 응익과세 원칙이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다. 더욱이 2004년 개장하는 부산 경마장의 교차경주는 소재지가 서울이 아닌 부산으로 달라진다는 점에서 지자체 간의 갈등이 재연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지방세 가운데 마권세 분야는 정보와 통신기술의 발달로 지역분할을 전제로 하는 현 체제하에서는 전통적 이론과 성격으로 설명이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1961년 마권세를 지방세로 이양한 세제개혁이 세제를 단순화하고 합리화하는데 기여를 했는지는 몰라도 이제는 시대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79년 당시 재무부가 설명한 '마권세는 성격상 지방세에 적합하다'고 한 해석도 이제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당시만 해도 경마장은 전국에 하나밖에 없었고 낮은 경제수준과 지방자치의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았잖은가.

특히 본장보다 지점의 입장 비율이 75% 이상 높은 가운데 전화 투표가 꾸준히 늘고있어 소재지를 기준으로 한 마권세의 지방세 징수는 조세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높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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