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3/03/15)  
 검찰과 마사회


지난 9일 검사장급 검찰 인사안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방안을 놓고 헌정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대통령과 평 검사간의 토론은 사법개혁에 아무런 관심조차 없던 사람들에게 까지 반드시 개혁이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절박감을 심어주었는지도 모른다.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 이번 토론의 최대 성과는 국민들에게 “검찰이 왜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만 하는가”를 검찰 스스로 공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토론회에 참석한 평검사들의 논의 수준을 지켜본 사람들에게 ‘검사스럽다’는 유행어가 유통되고 인터넷 채팅방에서 그런 토론을 했다면 검사들은 강제퇴장 당했을 것이라는 어린 학생의 비아냥이 이를 뒷받침한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국민에게 그 이유를 설명하며 이해를 구했다는 긍정론이 있지만 공감대가 없어 지엽말단적인 부분에 매달렸다는 부정론도 있다. 특히 이해집단들이 정책 담당자가 아닌 대통령에게 직접 호소하려는 경향이 생기고 대통령의 리더십에 흠집이 생길 수 있다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그러나 단순히 검찰 인사의 쇄신에 그칠 게 아니라 이 참에 사법고시로 검사를 충원하는 제도까지 포함해 사법 전반의 개혁을 진지하게 공론화 할 필요가 있으며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이었던 검찰의 실상이 드러난 이상 검찰개혁은 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더 나아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계기를 마련함과 동시에 개혁의 완성을 선언하는 다소 성급한 기대까지 갖는다.

이번 토론을 지켜보면서 검찰은 국민에게, 마사회는 경마팬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닮은꼴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쟁점이 된 인사권의 확보를 위한 두 조직의 주장만 봐도 그렇다. 현행 한국마사회법에 회장이 감독부처의 간섭없이 할 수 있는 일은 조교사와 기수에게 면허발급, 직원임면(任免), 대리인 선임 세 가지뿐이라며 임원임명에 관한 전권을 넘겨받아 부회장 이하 모든 임원을 직원출신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경영과 인사의 자율권을 확보하여 책임 경영을 하겠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그 동안 마사회가 정치권력으로부터 휘둘리고 경마팬의 신망을 잃게된 원인을 잘못짚고 있는 것이 아닌가싶다. 마사회의 정치예속화는 일부 정치꾼과 감독부처의 유휴인력을 임원으로 내려보낸 정치적 흥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치권력과의 관계를 잘못 설정하고 그간 사회 다른 부문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유와 독립성의 범위를 힘겹게 넓혀오는 동안에도 예속을 천형(天刑)처럼 체념해온 내부적 분위기에 더 많은 잘못이 있다.

불의와 청탁을 배격하는 소신을 굳게 지킨 것으로 평가받은 직원 출신의 마사회 임원이 제주도로 좌천되었다가 옷을 벗은 최근의 사례가 이를 잘 설명해준다. 인사권 확보의 타당성 여부는 얼마나 공명정대하게 행사할 능력이 있느냐는 평가를 근거로 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심각한 일이다. 원리원칙을 중시하여 소신으로 간직한 것이 좌천과 재임용 탈락의 이유라면 마사회의 인사(人事)는 차라리 망사(亡事)라 하는 게 어울린다.

이렇게 보면 검찰과 마사회의 실질적인 독립은 정치권력과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내부문제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아무 것도 잃지 않는 온실에서 주어진 제도적 독립성이 얼마나 기능을 발휘할 수 있고 국민과 경마팬이 믿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새 정부에게 독립성을 간청할 것이 아니라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엄정한 공정성과 내부개혁을 통해 스스로 독립성을 확보하고 전통으로 정착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는 것이 바른 순서일 것이다.  

TV생중계는 아닐지라도 대통령이 마사회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토론회를 방청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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