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0/04/19)  
 쌍승식 시행, 순서가 틀렸다


한국마사회는 지난 3월16일 직원 등 1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쌍승식 시행에 따른 모의경주 시험을 실시했다. 5개 모의 경주에 걸쳐 실시된 시험은 경주편성에서 환급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 5월초 본격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쌍승식은 순서에 관계없이 두 마리의 1, 2착마를 고르면 되는 복승식과는 달리 순서대로 적중시켜야만 한다. 조합수가 2배에 달하는 만큼 적중이 그만큼 어려워지고 배당률 역시 높은 것이 특징이다.

마사회는 그 동안 건전 경마의 홍보차원에서 기존의 복승식에 비해 환급률이 8%이상 높고 적중률이 높은 연, 단승식을 선호해줄 것을 당부하며 전체 매출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과열된 복승식에서 탈피하여 연, 단승식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가족을 위한 레져스포츠라고 홍보해 왔다. 그렇지만 복승식 매출액의 점유비율에서 보듯이 우리 경마고객들은 복승식을 선호하고 있다. 연, 단식의 배당에 비교가 안 되는 높은 배당이 그 이유이다. 한번 높은 배당에 길들여진 투자심리는 어차피 답을 모르는 경마게임에 있어서 고수익을 좇게 마련인 것이다.

14두가 출주할 경우 복승식의 적중확률은 1/91이다. 쌍승식이 시행되면 같은 조건에서 적중확률은 물경 1/182가 된다. 배당률은 적중률에도 비례함으로 쌍승식의 배당률은 당연히 높아질 것이고 높은 배당을 선호하는 경마고객의 구미가 쌍승식으로 몰릴 것은 자명한 일이다.

과열방지를 위해 마사회는 하루 3개 경주에 한하여 실시하며 선정대상은,
1. 출주두수가 적고
2. 출전마간의 능력차가 클 경우
3. 출전마 능력판단이 어느 정도 가능한 상위군 위주로 제한하는데 그 선정의 판단은 마사회 핸디캡퍼가 맡는다고 밝혔다. 경마가 능력순이 아니라는 것을 핸디캡퍼가 모를 리 없는데, 7두가 출주하는 1군의 출전마 간 능력차가 두드러지는 쌍승식 시행경주에서 입상순위가 능력예상 순위와 상이하게 나올 경우 마사회가 선정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진다는 얘기가 된다. 반대로 능력순의 입상순위가 결정되었을 경우 또 다른 오해의 소지를 불러올 수 있다.

말에 대한 능력평가는 주관적인 판단요소가 강하고 경주를 통해 나타나는 결과는 언제든지 예상과 판이할 수 있기 때문에 객관적이어야 할 평가를 시행체 스스로가 공식적으로 공개하는 형태는 선진 경마국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승식에 관계없이 경주 계획표에 의거 출주신청을 접수하고 편성하여 시행하고 환급하는 일련의 시행체 업무 가운데 편성 이전의 승식 공지가 아닌 편성 이후의 승식 선정이라는 황당한 규정이 한국마사회법 시행규정이나 규칙 어디에 있는지 법률적 근거가 궁금하다.

쌍승식 시행 문제는 다양한 승식의 폭 확대냐, 사행심 조장과 경마 과열이냐의 이분법적인 접근을 넘어서는 사안이다. 지난 몇 년 간 양론이 줄기차게 이어져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것이 단순히 사행조장 문제의 차원이라면 그간의 쌍승식 시행 보류 문제는 어렵지 않게 결론이 났을 것이다. 간단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오랫동안 국민 감정의 향배에 민감해 왔으며 여건의 성숙을 기다려왔던 것이다.

지난 '98년 국정감사때의 일이다. 당시 마사회 사업이사는 쌍승식 시행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고객에게 상품선택의 폭을 넓혀 주기 위하여 쌍승식 등 다양한 승식의 시행을 검토 중이며 향후 쌍승식 시행과 연계하여 현재의 복승식보다 적중이 쉬운 새로운 승식을 개발 시행함으로써 건전한 경마 대중화에 기여하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 이라고 밝힌바 있다.

답변 내용 그대로, 쌍승식은 건전한 경마 대중화를 위한 승식이 아니다. 그러면 건전한 경마 대중화를 위하여 개발할, 복승식보다 적중이 쉬운 새로운 승식은 무엇인가? 바로 복연승식 이다. 투표한 2두의 말이 순서에 관계없이 3착 이내에 들어오면 적중되는 마권이다. 1,2착을 순서에 관계없이 맞추는 기존의 복승식보다 적중률이 거의 3배나 높다. 다양한 승식으로 고객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 세계 경마선진국에서 쌍승식을 시행하고 있다는 마사회의 홍보문안대로  Quinella Place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홍콩 등 영어권) Jumule Place(프랑스) 와이드 (일본)라는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는 승식이다.

많은 경마고객에게 구세주와 같은 마권으로 지난해 10월 30일 일본중앙경마회 (JRA)의 후꾸시마 경마 때 일본에 도입된 이 승식은 발매 첫날 총 매출액의 33% 점유율을 보여 그 인기가 입증되었다. 맞힐 확률이 높은 만큼 평균 배당은 낮지만 비인기마가 3착으로 들어올 경우에는 쌍승식에 못지 않은 높은 배당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후쿠시마의 경우 총 92개 경주의 통계를 보면 복승식과 와이드의 평균 배당이 53.4배와 23.9배였다. 복승식에서는 최고배당이 340배인 반면 같은 기간 와이드에서는 367배와 497배의 높은 배당도 나왔다. 마이니찌 신문의 마키 다로(牧 太郞) 기자는 와이드 마권을 가리켜 21세기 마권 혁명의 시금석이라고 명명(命名)했다. 와이드 마권은 후쿠시마, 고쿠라 경마장등 지방에서 시범적으로 발매한 뒤 작년 12월 4일부터 호카이도를 제외한 JRA전 경마장과 장외발매소에서 발매되고 있으며, 이미 지난 1990년부터 시행한 프랑스에서는 전체매출의 18.3%, 마권의 종류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는 홍콩에서는 복승식, 단승식 다음으로 인기가 높으며 매출의 14.4%를 차지하고 있다.

일발승부의 갬블형 고객에게는 부족한 감이 있지만 대다수의 팬들에게는 우선 마권 적중의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이 마권은 복승식과 쌍승식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한다. 3개의 적중 마권에는 저배당과 고배당이 자연스럽게 공존할 수 있으며 선택의 폭이 다양해짐으로써 재미와 함께 경마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경마 이야기만 나오면 전혀 흥미가 없으면서 오히려 이쪽을 측은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람, 유교적 가르침에 충실해서 경마에 관심조차 두지 않으려는 사람, 공금횡령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의 공금이 경마로 탕진되었다는 신문보도내용을 그대로 믿는 사람들에겐 필요 없는 정보가 되겠지만 이 마권은 대내외적인 시련에 대처하고 새로운 위상 정립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우리 경마의 현시점에서 고찰의 의미를 갖는 소재가 된다.

쌍승식보다는 한국마사회가 2002년에 도입을 목표로 하는 복연승식(와이드)의 시행이 먼저다. 경마고객의 다양한 선택을 위한 승식의 추가제공은 대다수 건전한 가족단위 경마고객의 만족을 전제로 제공되어야 한다. 집 팔아서 경마하는 사람들을 양산할 우려가 있는 쌍승식 시행에 앞서 건전한 레져스포츠를 즐길 권리를 갖고 있는 대다수 건전 우량 경마고객을 위한 새로운 승식의 등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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