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1/09/23)  
 그래도 국감에 희망을 건다


마사회의 농림부 이관이 결정되자 해당 상임위 국회의원을 포함한 농림부는 반색하고 문광부는 떨떠름해 하고 마사회는 걱정이 태산이었다는데 글쎄, 그렇게 좋고 말고 할 일이 뭐 있겠는가 싶었다. 마사회 쟁탈전의 부산물이 열악한 경마환경의 개선이라는 기대 이상의 상품은 아닐 것이라고 보았다. 야박하게 말해서'그들만의 리그'였으며 누가 더 경마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출하기 보다는 오로지 곳간열쇠를 쥐려는 음흉한 눈빛뿐이었지 싶다.

그리고 처음 열린 지난 13일의 국정감사를 지켜본 소감은 허탈함과 막막함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이른바 국감이 정치적 '쑈'라는 지적은 진작부터 있었다. 그러나 비효율, 비생산을 극복하겠다던 다짐을 찾아볼 수 없이 예전과 비교해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으니 어찌 허탈하지 않으랴.

그보다 더 무겁게 가슴을 짓누르는 것은 막막함이다. 그들은 소관이양이 확정되자마자 한국경마를 도박이 아닌 레저스포츠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름만 바꾼 소관부처라는 폄하와 함께 당장 무언가를 해낼 것이라고 믿지 않는 사람들조차도 장차 그들이 새로운 경마 비젼을 가꾸어낼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희망까지 부정하지는 않았다.경마팬이라는 이름으로 이 땅에서 살아가는 불쌍한 사람들은 달리 하소연할 상대가 없는 터라 그 희망의 싹은 작지만 소중했다.
그렇지만 마사회라는 살찐 공룡포획에 성공한 승자들이 식사방법에만 골몰하며 그 싹을 밟아 버렸으니 어찌 막막하지 않겠는가.

'경마꾼'들이 낸 이익금은 농어민에게 투입되어야 할 제2의 국가예산이라는 게 그들의 소신이었다. 축산진흥기금의 비율을 대폭 상향조정하고 기부금의 농어촌 배정비율을 높이라고 같은 목소리로 주문했다.지금까지 허투로 쓴 마사회 돈은 앞으로 농어민에게 갈 피같은 돈이니 길목을 지키며 감시의 눈을 부릅뜨겠다고 다짐했다. 한 의원은 고개 숙여 질문을 받아 적기에 분주한 마사회장에게 이젠 농림부 소속임을 명심하라는 단 한마디로 마사회를 무장해제 시켰다. 바닥에 신문지 깔고 앉아 매출액 증대를 위해 애쓰는 경마팬을 위해 환급율의 인상을 검토하라는 질문은 몇 몇의 보도자료 마지막에 있었지만 아무도 언급조차 않으면서.

그랬다. 전국의 문화행사에 대한 570여건의 마사회 지원금이 자신의 지역구에는 오지 않았다며 읍소하는 충청지역 의원의 비굴과, 무산된 경주경마장 건설이 너무도 아쉬운지 제한 질문 시간을 두 번이나 넘기며 경북지역구에 경마장을 하나 더 지으라고 윽박지르는 모습을 보았다.
버스 두 대에 실려와 로비에서 하품하는 마사회 직원들과, 집중되는 기부금 관련 질문 포화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뒤에 자리한 마사회 간부직원을 돌아보며 기부금이 도대체 뭐냐고 묻는 부회장의 애처로운 모습도 보았다.

애당초 개혁을 바탕으로 전문적인 정책과 대안으로 경쟁하며, 건강하고 성숙한 시민사회의 꿈을 함께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을 기대한 어리석음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이 날의 감사는 국회의원들의 또 다른 님비(NIMBY)시위와 다르지 않았다.

솔직히 마사회장의 답변내용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그보다는 도대체 마사회가 어떤 절차와 방법을 통해 결정을 내리는지가 궁금했다. 우리가 알아야 하고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것은 마사회의 도덕적 일탈과 해이보다도 오 남용을 막지 못하는 불투명한 의사결정 시스템임을 큰소리로 밀고하고 싶었다.

국정감사는 그렇게 끝났다.돌아서 걸어 나오는 여의도의 밤 공기는 불쾌했지만 그래도 희망을 버리진 않는다.우리의 가슴에 냉소와 환멸의 상처가 깊이 그어졌다 해도, 또다시 절망하는 날이 온다 할지라도 그대들이 그걸 해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만은 간직하고 싶다. 무모하고 허황되고 가혹한 요구인지는 모르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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