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2/10/19)  
 경마팬이여 떳떳하자


80년대 들어 경제발전과 대중 레저 활동에 대한 관심의 증대로 양적인 급성장을 이뤄온 한국 경마는 IMF를 고비로 잠시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이후 입장인원과 매출액은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올해쯤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 매출액을 지난해 이미 초과했고 올해는 8조원을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를 이끌어온 파행적 경제구조 및 편향적 정치논리와 편협된 시각에 머물러온 경마 감독관청의 정책과 침묵해온 대다수 경마 소비자의 무관심에 기인한 우리경마는 매출액 대비 세계 8위 경마 개최국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경주질과 경마 문화적인 면에서는 경마 후진국의 영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경마팬은 경마시행구조 자체가 시행체 위주로 설정되어 온 기형 구조 탓에 경마 본질의 부각보다는 굴절된 베팅과 오락으로써의 기능만이 상대적으로 중요시되어, 경마꾼이라는 부적절한 호칭에 만족해야 했다.

이 땅에 경마팬 또는 경마소비자라는 주체적 호칭이 등장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멀리하고 근절해야 하는, 그래서 사회악의 일종으로 구분되는 노름꾼으로 낙인 받아 가산을 탕진하고 패가망신하는 대표적인 사람들이 바로 경마장을 찾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사회적 인식 속에  경마고객이라는 높임말도 있었으나 경마장 안에서만 통용되는 마사회의 경영상 접대어일 뿐이었다.

어울리지 않는 호칭의 개정에 경마팬 스스로 무관심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앞에서 지적한 사회적 통념에 연유한다. 동시에 유교적 가르침에 충실해서인지 오히려 이쪽을 측은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람들과 각종 범죄 사고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의 공금이 경마로 탕진되었다는 신문보도내용을 그대로 믿는 사람들에게 이미 각인 되어 있는 부정적인 경마 선입관이 너무 강건했기 때문이다. 귀찮고 피곤한 연유였는지 몰라도 그래서 대항할 수 없었다. 아니, 상대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경마장 문을 나서면 자신이 경마를 한다는 사실을 애써 숨기고 감추어야만 하는 이중의 얼굴들이 이 땅의 경마쟁이들 이었으니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경마팬(Racing Fan)이라 함은 경마산업의 경제적 소비 주체인 소비자와 경마를 레져스포츠로 즐기는 진정한 의미의 경마팬(Patron)을 지칭해야 한다. 경마 창설국 영국에서 사용하는 이 호칭은 십시일반의 베팅으로 경마도 즐기고 시행의 비용과 공익을 후원한다는 은유적 표현이다.

되풀이되는 레파토리지만 경마 시행체는 경마의 공정성 확보와 시행, 생산자는 우수마의 생산, 마주는 양질의 경주마 확보, 조교사는 경주마의 체계적 훈련 및 과학적인 사양관리, 기수는 부단한 기승능력의 향상 도모라는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 이제는 여기에, 경마팬의 본분과 권리와 자세가 마땅히 추가되어야 한다.

최근 들어 이러한 인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자성의 목소리와 선진 경마문화의 창달을 지향하는 일련의 움직임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경마팬의 주권 찾기가 좋은 예다. 불합리한 경마시행제도와 불편 부당한 대우의 편익 현실아래서 경마팬의 권익을 찾는 노력이 새로운 경마패러다임을 정립할 것으로 믿는다.

권위와 위상은 스스로 세우는 법. 경마꾼은 명찰을 바꿔 달고, 경마고객은 어정쩡한 접대어에 만족하지 말 것이며, 스스로 경마팬이기를 자처하는 새로운 세력으로 거듭나야 할 때다. 우리 경마의 현실이 부당하다고 느낀다면 따라서 고치고 다듬어 경마팬이 주인이 되는 경마공원을 사랑하는 우리의 아들 딸들에게 물려주려면.





 경마팬이여 떳떳하자     장청수 2002/10/19
7  출발드림팀과 경마기수     許二九 2002/04/22
6  사설경마 왜 늘었나     최반석 2001/12/19
5  그래도 국감에 희망을 건다     장청수 2001/09/23
4  경마십결 (競馬十訣)     최반석 2001/02/06
3  쌍승식 시행, 순서가 틀렸다     장청수 2000/04/19
2  한국경마의 현실과 문제점     李始英 2000/04/18
1  폐출혈 발생마 이렇게 하자     장청수 2000/04/11

[1][2][3][4][5][6] 7
 

Copyright 1999-2019 Zeroboard / skin by z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