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4/05/15)  
 1566-9900


공짜인 줄 알았다. 설사 그 정도는 아닐지라도 일반전화보다는 저렴한 줄 알았다. 그러나 알고 봤더니 공짜도 아니고 저렴도 아니었고 오히려 비쌌다. 시내전화요금이 3분에 39원인 반면 전국대표전화 요금은 대부분 120원으로 3배가 넘었다. 경마 날, 전화로 마권을 사도록 마사회가 설치한 전국 대표전화 얘기다.

전국대표번호란 전국 어디서나 하나의 번호를 사용해 상품 주문이나 상담 등을 받게 하는 서비스로, 많은 기업이 앞다퉈 바꾸고 있다. 2000년 이후 무료전화인 080은 14% 증가한 데 비해 전국대표번호를 이용하고 있는 업체 수는 1만3천여 곳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역번호를 누르지 않아도 되는 간편성과 전국 어디서나 동일 번호를 사용하는 대표성이 장점이다.

080 통화요금은 수신자인 기업이 부담하지만 전국대표전화는 전화를 건 소비자의 몫이다. 통신회사는 편리성을 장착한 비싼 상품을 개발하고는 요금 때문에 기업이 사용을 꺼릴까봐 슬그머니 소비자에게 전가시켰으며 기존의 서비스를 하면서 매월 2~3억원을 지출하던 은행이나 금융권 콜센터는 그걸 버는 장사다. 한마디로 통신사업자는 보통 통화보다 더 많은 통화요금을 거둬들일 수 있으며 기업은 영업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둘이서 꿩 먹고 알 먹는 장사다. 따라서 기업과 통신사의 장삿속에 엉뚱하게 소비자부담만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마사회는 지난 2002년 3월 9일부터 보다 편리하고 원활한 마권구매를 위해 ARS방식 발매회선을 200회선으로 증설한다면서 1566 대표전화를 도입했다. 서울경마장 대표번호 1566-3333번과 발매원을 통한 전화투표 번호인 1566-9000, ARS 방식인 1566-9900번이 바로 그것이다.

기업들이 소비자 불만과 제언을 수렴하기 위한 소비자 상담 전화를 수신자 부담방식(080)에서 소비자 부담방식(1588,1566,1544,1688)으로 바꿨다면, 마사회는 마권 사는 전화를 수신자 부담으로 하라는 팬들의 요구를 거절하고 경마팬이 부담하는 방식으로 슬그머니 바꿔 놓았다. 마사회의 매출을 올려주는 전화투표 번호를 수신자 부담인 080으로 하는 게 당연하지 않으냐는 요구에 핑계만 대다가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전국대표번호로 바꿔버린 것이다. 더구나 KT의 1588보다 훨씬 비싼 하나로통신의 1566으로 정해 버렸다. KT는 3분당 45원이지만, 하나로통신은 같은 시간에 120원이다.

발매원을 거치는 1566-9000과 직접 ARS 방식으로 연결되는 1566-9900 두 대의 전화는 사실 지방 경마팬들을 위한 것이다. 처음 마사회의 의도도 그랬다. 요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1분당 40원 씩 만 지방 경마팬이 부담하면 나머지는 마사회가 월 230만원의 정액제로 해결한다. 전액 무료는 아니지만 팬의 부담을 줄여주는 배려로 충분히 훌륭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시내 통화권에 있는 전화투표 고객들이다. 지난 3월을 기준으로 총 전화투표 89,823건 가운데 시외에서 걸려온 전화는 겨우 27%인 24,589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시내 전화 고객들은 이 전화가 시외용 인줄도 모르고 높은 요금을 물고 전화를 건 셈이다. 전화투표를 위한 평균 통화사용 시간이 93초 정도 걸리니까 2분에 해당되는 요금을 냈다. 일반 전화로 이용했으면 기본 통화료 39원으로 충분했지만 1566에 걸었기 때문에 본인들이 전혀 모르는 채, 두 배가 넘는 80원을 물어내야만 했다. 통화 건수로만 따져도 지난 3월에 6만 5천여 건이며 도입 당시부터 지금까지 계산하면 150만여 건이 넘는다.

정보통신부는 지난 3월, 전국대표번호 요금체계를 개편하라고 명령하고, 전화 연결 때 “이 전화에는 시외통화료가 부과된다”는 내용의 음성안내를 하도록 했지만, 마사회는 지금까지 전화투표 안내 어디에도 1566이 발신자 부담이며 일반 전화보다 비싸서 시내 통화자는 손해를 본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다.

액수로 따지면 큰돈은 아니다. 모르고 당했다는 배신감과 불쾌함만 아니라면 추가 부담액수라 해야 요즘 시세로 따져 별거 아니다. 1566에 걸려 온 총 전화요금이 월 평균 480만원 선에 불과하니 말이다. 속은 셈치면 그만이다. 지난해에만 6조원 넘는 매출을 올린 사람들이 그깟 몇 백만원 가지고 따지냐 한다면 쑥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 헛헛한 웃음 속에 해답이 있는 것은 아닐까? 지방 경마팬을 위해서 월 230만원을 쓸 정도라면 나머지 경마팬들을 위해서 250만원만 더 쓰면 되지 않겠는가. 경마라는 상품을 구매하기 위하여 마사회에 직접 전화를 건 팬들의 전화요금은 수신자가 부담하는 방법이다.

예산이 없다면 경마팬들이 적중 마권을 안 찾아가서 마사회 특별 수입으로 넘어가는 매년 30억원 대의 미환급금을 이용하자. 그 돈이야 어차피 팬들의 몫이니 거기서 떳떳하게 떼어 쓰자. 하지만, 또다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수신자 부담은 안 된다고 할까봐 고자질 같지만 한마디만 더하자. 올 한해 16억원을 예산으로 배정받아 마사회가 매달 전화국에 내는 일반 전화요금 3천만원, 지방 행정망 전화요금 4천만원, 인터넷 전용회선 사용요금 7천만원 등 총 1억 4천여 만원 가운데 아주 조금만 줄이면 그까짓 250만원이 들어갈 자리야 없겠는가.

전화 요금 공짜로 해달라는 요구가 무척이나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만 이 정도는 가장 기본적인 경마팬 서비스라서 이미 실행되고 있었어야 한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마사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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