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4/07/03)  
 ICSC를 아십니까


경마관계자에게 IFHA를 아느냐고 물으면 실례가 될지도 모른다. 간혹, 그것이 국제경마연맹의 약자임을 알고 있다 해도 국제 더러브렛 경매협회(SITA)나 국제경매명부 표준화위원회(ICSC)까지 이르면 대다수가 고개를 저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물안 개구리에 불과했던 우리 경마 현실에서 국제적인 기구나 조직에 대해서는 알 수도 없었고 알아야할 필요도 없었다. 그랬는데 우리의 눈을 의심해야만 하는 낭보가 날아들었다. 지난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IFHA산하 ICSC 정기회의에서 한국 경마를 파트Ⅲ 국가로 공식 승인했으며 한국에서 열리는 대상경주 중 코리안더비와 그랑프리를 포함한 7개 경주를 공식 경주책자에 포함하기로 의결했다는 소식이었다.

가장 권위 있는 국제경마기구인 국제경마연맹은 경마시행국과 그 나라 경주의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ICSC와 국제혈통서위원회(ICBC)를 운영하고 있다. 그 중에서 ICSC는 경마시행국의 경마산업규모 등 양적인 면과 경주의 수준 등 질적인 면을 전반적으로 평가하여 PARTⅠ·Ⅱ·Ⅲ국가로 분류하고 매년 그 내용을 세계적으로 공표하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PARTⅠ국가는 세계 4대 경마강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아일랜드를 비롯하여 15개국이며 PARTⅡ로 분류된 나라는 일본, 홍콩을 포함한 9개국이고 PARTⅢ에는 스위스, 네덜란드 등 15개 나라가 등재되어 있다.

세계에서 3군으로 분류되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앞서 4대 경마선진국이 있다 했지만 엄격하게 경마국의 랭킹을 매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매출액으로만 따져 미국이 최고라 한다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며 전세계 경마매출액의 60%를 차지하는 아시아권 국가들은 섭섭할 것이다. 그럼에도, 경주마의 생산과 유통을 위해서는 통일된 기준이 필요했다. 강제하진 않지만 경마와 생산에 관한 국제협약(IABR)이 유효한 것도 따지고 보면 발전적 모델 아래서 경마 진흥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98년에 국제협약에 서명하고 혈통서를 인정받았으며 지난해에 2005년 아시아 경마회의의 한국개최를 유치했으니 우리에게 있어서 '국제화'가 가시화된 것은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그동안 마사회 최고경영진은 국제화의 필요성이나 당위성에 대한 인식조차 없었다. 그저 현안에도 벅차 꿈을 키울 엄두도 내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지난 70년 9월, 싱가폴 회의에서 아시아경마회의 정회원국이 되었고 80년 워커힐에서 제15회 한국회의를 개최하기도 했지만 지속적이지 못했으며 국제교류를 넓히려는 명분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국제경마연맹 자료를 볼 때마다 왜 우리는 PART국가에 분류되지 않는 것일까 하는 아쉬움이 들곤 했지만 우리 수준이 낮아서 불가항력인가 보다 지레짐작만 할 뿐이었다.

그러나 뜻있는 개척자들에 의해 국제화는 추진되고 있었다. 지난해, 마사회 국제협력 책임자는 아시아경마뉴스(Asian Thoroughbred News)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경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국제기구와의 관계 확대를 모색중이라고 밝히고 한국 혈통서의 정식 승인을 계기로 국제화를 추진함에 있어, 정보 및 인적교류를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선언했다. 우리 스스로가 먼저 대외적인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홍보 전략을 채택하고 실천하더니 결국은 이번에 PART국가로 등재시키는 위업을 달성한 것이다.

실제로 확인이 가능한 세계 경마시행 67개국 가운데 39개국이 등재된 PART국가에 올랐다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렇다면 그동안 그 간단한 일을 몰라서 못했다거나 알고도 모른 척했다면 문제가 될 뿐, 폄하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보다 훨씬 어려운 앞으로의 과제가 문제다. 혈통서와 그레이드 시스템의 확보가 PART국가가 되는 최소한의 조건이었다면 PARTⅠ·Ⅱ국가 즉, 경마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경주에 미치는 불평등과 그 어떤 불리한 조건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부합시켜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75%를 차지하는 국산마 경주 비율을 대폭 하향 조정하는 것을 비롯하여 국산마 우대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뒤따라야 한다. 또한, 그레이드급 대상경주에서 우수마의 능력 발휘를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이른바 과도한 핸디캡 중량 등은 나이와 성별로만 부담중량을 지우는 국제적인 체계로 전환시켜야만 한다. 실례로, 그 해 최고마를 가리는 그랑프리경주의 우승마가 항상 유리한 핸디캡을 부여받은 열세마라는 오래된 경마팬들의 지적이 개선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뿐인가. 세계 수준에 맞는 경마시행과 혈통서의 규정은 물론이고 수득상금과 기승료의 지불 및 출마등록료의 지불보증을 확실히 하는 회계규정(Financial settlements)과 예방접종 및 위생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국제위생규정(Health regulations)의 비준을 위해서는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우리 경마가 세계와의 교류를 넓히고 국제적인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에 어울릴 수 있도록 낡은 제도와 불합리한 제반 여건들을 개혁하고 문호를 개방하는 일이 병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신뢰할 수 있는 지금의 국제협력 담당자들에게 앞으로도 거는 기대는 크다. 내년 ARC서울대회의 성공적인 개최와 함께 지속적인 국제화에 따르는 낭보를 계속 듣고 싶다.





8  '무파싸'와 '고천암'     장청수 2005/01/29
7  [기획연재]馬主를 말한다 ② - 개인 마주제의 탄생 배경     장청수 2003/05/24
6  [기획연재]馬主를 말한다 ① - 개인 마주제의 탄생 배경     장청수 2003/05/10
5  seabiscuit – 인간 구원의 메시지     장청수 2004/03/20
 ICSC를 아십니까     장청수 2004/07/03
3  9시 5분전 뉴스     장청수 2003/10/18
2  2004는 희망이어라     장청수 2004/01/10
1  1566-9900     장청수 2004/05/15

[1][2][3][4][5][6] 7
 

Copyright 1999-2019 Zeroboard / skin by z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