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경마에 대한 환상
글쓴이 쎄크리터리엇 E-mail sunday-silence@hanmail.net
조회수 81 작성일 2000-05-18 10:08:20
내 용
뉴욕으로 가기 위한 짐을 대충 꾸린 후, 제가 아끼는 이곳 한경정 게시판에 들러 봤습니다.
아마도 그곳에서도 한경정 게시판을 이용하게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얼마전 아당님의 문의가 떠올라 몇자 적고 떠나려 합니다.
20세기 후반부터 확장일로에 들어선 미국경마는 이제는 곧 세계경마를 대변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미국경마라 하여도 한국경마와의 다른점은 크게 발견할 수 없습니다.
그곳에서도 간다 안간다는 이야기가 난무하며, 마필관계자의 경주마에 대한 정보는 속칭 중요한 쏘스로 평가되어 몰래 거래되며, 경마팬들의 경마장에서 쓰는 용어들 역시 솔직이 조금 과격한, 일반적인 대화에서는 자주 사용되지 않는 소위 F자가 들어가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단지 정도에 있어서는 조금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습니다.
이는 아마도 돈을 걸고 하는 게임이라는데에서 기인한 공통점이라 보여집니다.
굳이 일단 눈에 띄게 다른 점이라면 한국에 비하여 경마팬들이 조금 노년화되어있다는 점과, 대도시에 위치한 경마장의 경우(특히 캘리포니아 지역) 상당수의 동양인(특히 중국인)을 만나 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복승식을 시행하는 경마장이 30%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1993년 저는 약 3달반에 걸쳐 샌프란시스코에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자마자 그곳에서 한시간정도 떨어져 있는 산마테오란 곳의 경마장(이름은 기억나지 않습니다)에 들른 저는 그곳의 초라한 시설에 큰 실망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곳 경마장이 미국에서도 그리 유명한 경마장은 아니었기에, 저는 아마도 이곳만 그러려니 하고 넘겨버렸습니다.
몇주후 저는 다시 샌프란시스코 바로 옆의 오클랜드란 곳에 위치한 골든게이트 경마장으로 발길을 향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10대 경마장에 든다고 하는 골든게이트 역시 그 초라함에는 별반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예전 뚝섬 경마장을 상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단지 늦은밤부터 새벽시간에 홍콩경마를 위성중계하여 교차투표를 할 수 있게 해 놓은 것이 신기하게 느껴질 따름이었습니다.
1995년 저는 다시 뉴욕에 3개월정도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뉴욕의 경우, 시즌을 나누어 반은 벨몬트에서 나머지 반은 아쿼덱에서 경주가 열리는데 당시는 아쿼덱에서 경주가 진행중일 때였습니다.
세계 최대의 경마시장인 미국의 최대의 경마장중의 하나인 아쿼덱의 초라하고 지저분한 시설을 보았을 때의 실망감은 결국 극에 달하고 말았습니다.
또한 더비가 열릴 때 화면에 등장하는 멋쟁이들도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이런걸 어찌하여 선진경마라 한단 말인가'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 규모나 화려함에 있어서 그곳은 과천경마장을 도저히 따라올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베팅을 하면서 다른점 몇가지를 더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배당금이 우리에 비하여 확연히 좋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단승식의 경우, 인기마가 이정도면 우리나라였다면 12-3원정도가 되어야 할 것 같은 것도 15-6원 정도의 배당이 형성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물론 이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으나, 큰 요인중에 하나는 환급률이 우리보다는 상당히 높다는 점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 하나 다른점은 경주마에 대한 차이였습니다.
베팅할 말을 고르기 위하여 예시장으로 향한 저는 말을 보고 베팅하기를 아예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모든 말들이 우리나라에서 보던 말과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는 말들이었습니다.
일단 체고가 훨씬 높았고, 어깨근육의 발달정도도 달랐으며, 목의 굵기도 달랐으며 말에서 흐르는 윤기 또한 달랐습니다.
이쯤에서 한번 되짚어 볼 것이 있습니다.
앞서 말한대로 미국의 대부분의 경마장은 시설면에서 과천 경마장에 비하여 상당히 열악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예상지까지도 우리의 것이 훨씬 고급스럽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도대체 왜 미국 경마를 선진 경마라 하는가 하는 의문을 품으실 것입니다.
이는 좀전에 말한 두가지 사실때문이라 하겠습니다.
경마는 보통 도박으로도 분류되며 레져로도 분류됩니다.
이를 베팅을 하는 팬의 입장에서 살펴 보겠습니다.
도박을 위하여 경마장을 찾는 팬의 궁극적인 목적은 돈을 따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다 많은 돈이 이러한 목적을 가진 팬들에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환급률이 높아야 됨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것이 미국은 우리보다 6-7% 높다는 사실입니다.
레져를 위하여 경마장을 찾는 팬의 궁극적인 목적은 박진감있고 수준 높은 경주를 관람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주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훌륭한 경주마의 보급은 필요충분조건이라 하겠습니다.
이러한 경주마의 수준이 미국은 우리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베팅을 하는 팬의 입장에서는 환급률과 경주마 수준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 생각됩니다.
아무리 시설이 훌륭하다고 할지라도 위의 두가지 요소가 결여된 경마는 팬에게 항상 불만만 안겨줄뿐이라 보여집니다.
한국 경마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환급률의 제고와 좋은 경주마의 수급이 확실히 이루어져야 하며, 이것이 결여된 다른 외적인 발전만 갖고서는 선진경마는 우리에게는 요원한 사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결론적으로 한국 마사회는 다른 무엇보다도 위의 두가지점의 개선에 우선적으로 치중해야하며, 그 이외의 요소들은 이 두가지점이 이루어진 다음에 바꾸어 나갈 문제라 보여집니다.
바쁘게 쓰다보니 이야기가 어째 중언부언, 횡설수설 되어버렸는데, 선과 후를 구별 못하고 정작 무엇이 시급한 문제인지를 한국마사회가 팬의 입장에서 전혀 고려치 않는 것 같아 답답한 마음에 적어 보았습니다.
이글을 읽으시는 분중 "이자식은 미국 가서 경마만 하다 왔나"하고 한심하게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것 같은데, 어떻하겠습니까, 저는 말이 달리는 것만 보아도 가슴이 설레이는 것을.....
참고로 제 경우는 미국에서의 베팅으로 아직까지는 흑자라서 외화유출은 하지 않았습니다.^^
1995년 켄터키 더비에 썬더 걸치를 머리에 놓고 베팅을 하여(루카스만 믿고 장님 문고리 잡는 식으로 베팅을 한 것이기는 하지만) 배당이 하고 커서 상당한 돈을 땄었거든요.
저도 이제 슬슬 갈 준비를 해야겠네요.
그곳에서도 이곳 한경정의 반가운 글들을 만나보기를 고대하면서.....
(아당님께)
미국경마와 한국경마의 베팅의 비교를 하는 것은 조금 어려운 문제라 제가 적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승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경우는 복승식 베팅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관계로 축마를 선정하는데 있어서 어떠한 말이 2착안에라도 들이댈까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앞서 말한 것처럼 복승식이 있는 경마장이 많지 않고, 있는 곳도 하루에 지정된 두세 경주만 복승식을 행하는(우리나라에서 쌍승식이 시행되는 것처럼)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베팅을 하는 기본적인 마음가짐이 상당히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즉 미국의 경우 베팅이 단승식과 쌍승식, 그리고 1,2,3위를 순서대로 맞히는 삼쌍승식(trifecter) 위주로 형성되는 관계로, 이들 모두 어느 말이 1착을 들이댈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 하겠습니다.
즉 베팅을 하는 자세에 있어 승식으로 인하여 미국과 우리는 기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세한 비교 못해드린 점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기회가 있으면 정리해서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유나]
아~~,기렇군요,,쎄크리터리엇님(민초님) 잘다녀 오세요.....
예전 마사회게시판의 관련글들 감사했습니다....
이야기마당과 기수게시판의 글요......
결국 베팅을 하는 팬의 입장에서는
환급률과 경주마 수준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 생각됩니다.
100배이상시의 기타소득세도 폐지를 해야하는데...
선진경마를 시행한다는 외국에서의 기타소득세부과는 어떤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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