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유도회는 29일 한국마사회(KRA) 유도팀을 지휘할 새 감독 후보 5명을 추천한다. 마사회가 이들 중 한명을 선임하게 된다.
한데 2주 전쯤부터 이런 얘기가 유도계에 파다해 잡음이 일고 있다. "5인 추천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며 KRA 신임 감독은 열린우리당 당료 출신인 K씨로 이미 결정됐다"는 내용. 나머지 네명은 들러리일 뿐 K씨로 낙점이 된 '낙하산 인사'라는 것이다. 그래서 유도회에 확인해봤다. 5인 명단에 K씨가 포함돼 있는 게 사실이었다.
함께 명단에 오른 사람은 권성세 전 국가대표 감독과 이경근.전기영 현 국가대표팀 코치 등이다. 입은 열지 않지만 이들 역시 'K씨 낙점 소문'을 일찌감치 알고 있어 도무지 유쾌한 투가 아니다.
K씨도 국가대표 유도선수 출신이긴 하다. 코치 경력도 있다. 하지만 현장을 떠난 지 12년이 된 사람이다. 물론 실력과 선수 조련 능력, 그리고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면 12년의 공백이 그리 큰 결격사유는 아닐 것이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공기업인 KRA의 유도팀 감독은 정치권에서 내려온 인사들로 이어져 왔다. 전임 감독들은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야당 총재 시절 경호를 하다 집권 뒤 감독으로 날아들었다. K씨도 김대중 전 대통령을 경호하다 열린우리당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그러니 소문이 사실이라면 줄곧 '특권 없는 사회'와 '개혁'을 외쳐온 집권당의 목소리와 모순되는 일이 되고 말 참이다.
K씨는 28일 이렇게 말했다. "나는 6년여의 지도자 기간에 좋은 선수를 길러냈고, 유도 발전을 위해 유도계와 정.관계를 연결할 능력도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
생각해볼 일이다. 정.관계와의 연결이 지금 일고 있는 이런저런 잡음을 무릅쓸 만큼 중요한 일인지를. KRA 팀이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은메달을 딴 이원희.장성호 등 국가대표 선수 거의 전원을 보유한 한국 유도의 간판이어서 더욱 그렇다.
[중앙일보 2004-12-28 21:21] 성호준 스포츠부 기자 kar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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