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하나.
하루에 디스 담배 한 갑을 피우는 사람이 일 년 동안 내는 교육세는 얼마나 될까? 담배에 교육세가 붙는가 하고 의아해 할 사람도 있겠지만 교육세 당사자는 7만여원을 부담하는 애연가뿐이 아니다. 일주일이면 맥주 10병을 마시는 애주가는 연간 5만여원, 일주일마다 기름을 가득 넣으면 연간 9만여원을 부담해야 한다.
61년 폐지됐다가 21년 만에 부활된 교육세는 82~99년에 걷힌 총액이 36조2천억원이다. 특소세,등록세,지방세등 11개 항목에서 징수한 것이다. 헌법에 명시된 납세의 의무를 진 국민들은 거의 모든 소비행위마다 음으로 양으로 교육 재정에 일조해 온 셈이다
그렇다면 교육세는 어떻게 쓰였는가? 36조 2천억원 중 교육여건 개선에 쓰인 돈은 16조9천억원에 불과하다.나머지는 교원 인건비등 당초의 교육세 목적이 아닌 곳에 사용되어 본래 취지가 퇴색해 버렸다. 특히 학부모들이 교육환경의 호전을 실감할 지표가 되는 학교 운영비는 총 예산의 6.4%에 불과했다. 이처럼 혈세에 가까운 교육세가 일반 세목으로 왜곡 전용되었다는 질책의 목소리는 엄청난 돈이 본래 목적에 쓰였을 경우 우리 교육환경과 질은 이미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을 것이라는 교육계 인사들의 비판을 포함하고 있다.
다시 문제 하나
지난해 경마고객이 낸 교육세는 얼마나 될까? 정답은 1천6백억원이다. 아무리 목적이 훌륭한 교육에의 투자라 해도 경마 산업이 부담해야 할 출혈은 너무 가혹하다.그럼에도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부과토록 돼있는 경주마권세의 교육세를 영구세로 전환함과 동시에 세율을 인상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즉, 현재 11개 교육세 대상 항목 중 가장 고율의 50%를 징수하면서도 오히려 80%로 인상하여 영구세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경마는 총 매출액에서 마권세 10%,농특세 2%,교육세 5%,시행체 경비 11%등 모두 28%(기타 소득세 공제 제외)의 세금을 공제한다. 교육세를 8%로 인상할 경우 경마고객에게 돌아오는 환급금이 줄어들 것은 자명한 일이다.환급율을 고수한 채 시행체 수득률을 낮추는 경우에도 고객 편익 자금의 감소로 서비스의 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비좁은 통로에 신문지 깔고 앉아 이리 저리 채이면서도 단일 경마장 규모로는 세계 최고의 매출액을 올려주는 한국의 경마 고객들은 세계 최하위의 경마 조건을 상대로 레져 스포츠를 즐기는 실정이다. 환급률 72%는 세계 경마 시행국 가운데 최저이며 경주 질은 경마 시행의 목적에 전혀 무익한 경주마를 상대로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 많은 재산 탕진과 가산 파탄자가 속출한 것이 살인적인 환급률 때문이란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경계하며 근절해야 할 대상으로 지목되어 온 갬블링 산업 중에서 축산 진흥과 건전한 여가 선용을 목적으로 오히려 정부에 의해 장려되어왔던 경마가, 만만한 제세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은 정부와 사회가 경마 소비자 스스로 조세저항이 약해지도록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경마장은 복마전이라는 사회인식과 잊을만 하면 터져 나오는 경마부정 보도는 사실 경마 감독관청의 업무 태만과 척결의지의 부족 때문이었다.
이미 외국의 경마선진국들은 경주마의 생산을 통한 고 부가가치 산업의 특혜를 누리는데 반해 우리는 그들로부터 병들고 값싼 말을 수입하는데 만족하고 있다.엄청난 경마 수익금이 경마산업에 재투자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또다시 공제세율의 인상만을 논하는 정책 담당자들과 이를 확정하는 독립된 입법기관들을 우리는 한국경마발전을 가로막는 장본인으로 기록해 두고자 한다.
우리는 경마를 향한 교육세율 인상 방침의 철회와 법으로 약속한 한시법의 종료를 촉구한다. 문민정부 시절 교육세율을 3% 인상한 것도 경마 산업에 대한 가혹한 횡포로 경마발전을 유예한 조치였다. 하지만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다는 국민적 공감대와 한시적인 일몰법이라는 위안이 희생을 감수케 했던 것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법의 약속을 파기하는 것은 국가의 대 내외적인 신용을 파기하는 일이며 당리당략적인 징세편의주의 또한 정책부재의 한계이다.
위헌 소지마저 있는 영구세화는 외국의 사례나 여타 부문의 세율과 비교해도 너무 높은 세율로,경마산업에 내리는 징벌과도 같이 불공평하다.교육세법 개정은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반드시 시정되어야만 한다.
2000/08/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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