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아픈 말을 왜 경주에 출전시켰을까?"
금지 약물에 대해 양성반응을 보인 경주마가 우승을 차지해 고액의 배당금을 타내 경마부정 시비가 일고 있다. 문제의 경주마가 별다른 우승경력이 없고 관절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의혹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마사회는 경주 3시간 전에 경주마들을 상대로 혈액을 채취해 약물검사를, 경주 뒤 1~3위 말에 대해 곧바로 소변검사를 벌여 약물투입 여부를 조사한다. 약물 이용 부정경마를 막기 위해서다.
'용천검'은 경주시작 직전 혈액검사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으나, 2위를 차지한 직후의 소변검사에서는 진통제 일종인 '케토프로펜'에 대해 양성반응을 보였다. 이 말은 평소 10마리 경주에서 7~8위에 맴돌았었다.
하지만 관련자들은 경찰조사에서 "10월1일부터 열흘 동안 이 약을 사용해 말을 치료해줬다"고 주장하며, 경주 전후의 약물투입 여부는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이들 주장대로라면 '한달 전에 사용한 약물성분이 남아있다 검출된 것이거나, 경주 직전 누군가가 말에게 약물을 투입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별로 설득력이 없다.
최근 생체실험 결과 문제의 약물은 16일 이상 말의 체내에 남아 있지 않는다. 또 경주 직전 경주마들은 철저하게 격리돼 외부인 접근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승률도 거의 없고 질병까지 있는 경주마에게 진통제를 사용해 경주에 출전시켰는지와 마사회 관계자조차 '똥말'로 분류하고 있는 경주마에게 어떻게 집적적인 '베팅'이 이뤄졌는지가 경찰이 밝혀야할 과제다.
한편, 문제의 용천검이 출전한 경주의 전체 매출액은 50억5000만원이며, 이중 39억4400만원이 우승마를 맞춘 사람들에게 돌아갔다.
2000-12-07 한겨레
과천/김기성 기자 rpqkfk@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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