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4/09/11)  
 축산발전기금


기획예산처가 본격적인 기금정비작업에 돌입하자 관련 부처와 기금관계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폐지대상으로 거론되는 축산발전기금의 담당부처인 농림부는 기금평가단과 예산처를 상대로 설득에 나섰으며 기금 유지를 위한 논리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축산발전기금이 없어지면 마사회로부터 적립금을 걷을 명분이 사라지게 되니 재원을 조달할 길이 막막해 지는 셈이다. 지난 74년부터 시작된 축산기금은 축산물 수급 및 가격안정과 유통개선을 지원하고 가축을 개량하고 사육기반을 확충하는데 필요한 기금을 운용해왔다. 지금까지 경마장에서 걷어간 돈은 모두 1조2천억. 정부 예산으로 받지 않아서 국회의 예산 사용 감사 대상이 아닌 가욋돈의 규모가 이 정도니 농림부가 아니라도 손아귀를 펴서 기금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마사회는 폐지 소식을 알고 있었지만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속마음이야 이리 저리 뜯어가기만 하고 온갖 참견만 하는 농림부가 얄미워서라도 환영 일색이었지만 내놓고 좋아할 수는 없는 노릇. 불난 상급기관에 대고 부채질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바깥에선,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셨다. 폐지되는 기금의 재원이 환급률 인상으로 전용되리라는 희망에 부풀었다. 그 돈을 이제는 차곡차곡 모아 경마발전에 쓸 수 있게 됐다는 매우 소박한 희망이었다 해도.

그랬다. 하지만, 냉정할 필요가 있었다. 농림부는 최대한 버티며 반발할 것이고 설사 폐지된다 해도 또 다른 명목의 기금을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야 농림부가 축산의 영역으로 구분해주는 국산 경주마 생산에 축산기금이 더 많이 쓰이고 생산목장에 불합리하게 적용되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요청이 실질적이었는지도 모른다.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은 축산기금 중에서 차지하는 마사회 분담금이 환급률의 인상 재원으로 전용되지 못하는 현실은 아쉽지만, 이번을 경험 삼아 시한이 만료되는 농특세의 재원은 반드시 경마 세제를 개혁하는데 쓰일 수 있도록 마사회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만 한다. 사회 공익에의 기여도 중요하고 농축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것도 좋다. 그러나 마사회의 곳간은 점점 황폐해져서 꼴이 말이 아니고 이대로 가다간 직원 월급도 못줄 판인데 남 걱정만 할 일은 아니다.

농림부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아둬야 한다. 배 밑바닥에 붙은 조개를 떼고 나면 또 붙게 되지만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 둘 순 없는 만큼 끊임없는 조정을 해야하는 것이 바로 기금정비작업이다. 그것이 재정의 정체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역할이다. 축산기금은 자체 재원 없이 마사회 출연금에 전적으로 의존함으로써 재원과 사업 간의 연계성이 매우 낮은 기금이다. 따라서, 예산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맞다. 지금까지 기금운용이 효율적이었는지를 점검하고 기금정비를 통한 재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할 것이다.

또 하나, 한국마사회법 제1조에 경마의 설립목적이 축산발전에 기여하기 위함이라는 명시는 농림부가 한 일이다. 일본이 그러니까 우리도 그래야 한다면서 그대로 베껴 적은 것이 벌써 40년이 넘었다. 이제는 농림부가 축산발전이라는 큰 틀 아래서, 경마 발전에 도움이 될 일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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