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한국마사회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변화의 主役은 지난 1월4일 취임한 徐生鉉 회장이다. 육군 소장 출신인 徐회장은 만성적자에 빠져 있던 대한석탄공사와 대한광업진흥공사 등 2개 국영기업을 모두 흑자 경영으로 전환시킨 전문경영인이다.
석탄공사 재임 때 徐사장은 『적자를 내는 국영기업체 사장이 무슨 면목으로 승용차로 출퇴근을 하는가』라 하면서 사장 승용차를 팔고 버스로 출퇴근을 했다. 경비 절감과 현장 重視 경영으로 취임 1년 만에 석 탄공사의 누적 부채 600억원을 갚았다. 광진공 在任 시절의 徐사장은 기백만원의 해외출장비를 아껴 회사에 반납했고, 사장의 업무추진비도 절반으로 깎는 등 깨끗한 공직자의 길을 걸으며 광진공의 경영을 정상화시켜 「공기업 개혁의 旗手」로 회자되었다.
―한국 경마가 이미지를 개선하여 제2의 도약을 해야 할 시기에 마사회를 맡은 회장님께 거는 경마계의 기대가 큽니다. 하셔야 할 일이 많지요?
 『부산·김해의 경계 지역에 과천경마장보 다 더 크고 현대화된 3만 평 규모의 경마 장과 100만 평 규모의 제2육성목장(현재 제주도에서 운영중인 제1육성목장은 65만평 )을 내륙 쪽에 건설하는 것이 우리 마사회 의 당면 과제입니다』
―국제경마대회를 개최하겠다는 방침을 최 근에 밝히신 바 있는데, 어떤 실행 프로그램을 갖고 계십니까?
『우선 과천 경마장의 시설 보완이 시급합 니다. 走路를 하나 더 만들겠습니다. 그래야만(경마 시행일에 번갈아 사용함으로써) 走路의 보호와 보수가 가능해집니다. 1988년 건설 당시엔 이것(과천경마장)도 우리 형편으로선 대단한 규모였습니다만, 이런 시설로는 국제경기를 치를 수 없습니다. 국제경기는 하고 싶다고 바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더 어려운 것은 말의 질을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일입니다. 외국 말이 이미 (결승선에) 들어왔는데, 우리 말이 100 m나 뒤처져서 따라온다면 이건 경기가 아닙니다. 우리 경마는 초등학생 수준인데, 외국은 대학생 수준입니다. 국제경기 개최는 지금부터 차근차근 시설을 보완하고 경주마의 질을 높여 2007년이나 2008년에 가능 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 제1단계 사업으로 아시아권의 우수 자키(騎手) 초청 경주를 개최하려고 합니다』
―마사회가 지금 기구를 개편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습니다.
『중장기 경영전략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마사회의 구조를 좀 고칠 것입니다. 서울경마장사업본부, 제주경마장사업본부 ,
부산·경남경마장사업본부, 장외(현재 24개 지점)관리사업본부, 목장관리사업본부 등 5개 사업본부를 설치할 계획입니다. 이사들에게 사업본부장을 맡겨 책임경영을 하도록 독려하겠습니다. 마사회 본부는 현재의 17개 處·室 체제에서 3~5개 處·室체제로 개편하여 최소의 인원으로 각 사업본부의 업무를 지원할 것입니다. 그러나 외형적 인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內實(내실)입니다. 경마장을 즐겁고 재미있는 장소로 만들겠습니다. 특히 가족 단위로 경마장을 찾는 팬들이 더욱 늘어나도록 시설과 서비스를 보강하겠습니다』
―「경마장은 아름답다」는 제목의 자서전을 쓴 騎手가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로부터 『거짓말』이라는 핀잔을 받았다고 제게 털어놓더군요. 화장실에 가보니 마구 버린 예상지와 담배꽁초가 바닥에 널려 있고 냄새가 코를 찌르더라는 거예요. 제가 확인해 보니 화장실은 종전보다 좀 깨끗해졌는데, 관람대에서 (경마)예상지를 마구 내버리는 나쁜 습관은 여전합디다.
『지금은 굉장히 좋아진 상탭니다. 하긴 미국과 일본의 경마장 객석에도 쓰레기가 널려 있습디다. 적중하지 못한 마권을 찢어서 바람에 날려버리는 버릇 등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겠지만, 역시 공중도덕은 지켜야 되겠지요. 영국 경마장에서는 팬들이 쓰레기를 싸가지고 집으로 돌아간다고 하는데, 본받을 일입니다. 관람대 건물의 구역마다 청결 상태를 확인하는 직원의 이름을 써놓게 하고, 책임구역의 청소 상태가 나쁘면 해당 직원을 문책하라고 엄명을 내렸습니다. 부임하자마자 고객용 화장실부터 점검했더니 담배꽁초와 예상지가 마구 버려져 있고 악취가 났습니다.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을 뒤따라다니며 청소를 하게 하는 한편으로 화장실 양쪽 벽면 에 30초 만에 자동적으로 향수(방향제) 뿌리는 기계를 두 대씩 설치해서 악취를 제거 했습니다』
―옛날 얘기입니다만, 마사회장, 재벌, 관리가 밥을 먹으면 마사회장이 밥값을 낸다는 우스개가 있었습니다. 마사회장의 자리는 노른자위라라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나의 성격에 관한 소문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단 한 명도 나더러 밥 사고 술 내라는 사람이 없습디다. 식당 임대 등은 종래의 수의계약에서 모두 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경마장 구내) 매점은 보훈 대상자나 국가유공자 중 세금을 못낼 정도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영업권을 주었습니다 . 경쟁입찰을 하면 부자들이 영세한 매점 경영권을 차지할 우려가 있습니다. 이것도 신문 공고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추천서를 받은 대상자의 신청을 받아 컴퓨터 추첨 에 의해 배분했습니다. 외부 청탁을 일체 배격하여 특혜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나의 방침을 잘 모르고 매점(운영권) 을 달라는 부탁도 들어왔으나, 모두 거절했습니다. 처음에는 좀 서운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아무도 불평하지 않습니다』
―實相(실상)과는 달리 우리 경마장 이미지가 너무 왜곡되어 있습니다.
『마사회가 무슨 복마전으로 잘못 알려져 왔습니다. 우리 임직원들은 참으로 순진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나의 임기 동안에 그런 누명은 벗기겠습니다. 우리 직원 들은 남들이 노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가족과 야유회 한번 가지 못하고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또한 평일에는 자기 고유의 업무를 하고 경마 시행일에는 모두 경마 현장에 달라붙는 2중보직을 수행합니다. 여름에는 밤 9시까지 경마를 하는데 뒤처리를 하면 밤 11시가 되어야 퇴근할 수 있습니다』
―마필관리사가 자꾸 『당초 약속대로 마사회 직원들과 동일 수준의 임금을 달라』고 외치는 걸 보면 마사회 임직원에 대한 대우가 상당히 좋은 모양이죠?
『(마사회 임직원들 중에) 회장 월급이 제일 많을 것 아닙니까? 회장 월급이 414만원 입니다. 세금 떼면 330만원입니다. 현재 마사회장의 기밀비는 없습니다. 회장직에 있으니까 경조사에 부조도 해야 하므로 적어도 한달에 150만원의 용전이 필요해요. 그래서 내가 가족에게 주는 한달 생활비는 180만원뿐입니다. 마사회장의 연봉이 (여기 오기 전에 재임한) 광업진흥공사 사장에 비해 3분의 2 수준입니다. 회장이 이러하니 다른 임직원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마사회와 관련해서 정치자금 운운하지만, 어림도 없는 말입니다. 경마팬이 베팅한 금액의 합계가 매출액인데, 금방 전산 처리되어 현장의 전광판에 공개되니까 일전 한 닢도 요동할 수 없는 곳이 마사회이지요』
5·7 경마 중단 사태가 발생하자, 마사회는 즉각 협상에 나서 전임 회장 때의 합의서와 각서의내용에 따라 116억원을 마필관리 자측에 단계적으로 지급하기로 함으로써 조 교사협회의 노조문제를 일단 해소했다. 이와 같은 협상 타결로 다음날인 5월8일의 경마는 예정대로 시행되었다. 이는 표출된 문제점을 주저없이 해결하려는 徐회장의 결단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평가되었다.
―마필관리자에 대한 급여 등의 대우를 개선하려면 현재로선 경마의 상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데, IMF 사태 이후 정부의 20% 삭감 지침에 의해 1999년도의 경우 경마 상금은 전년도보다 오히려 45억원이나 감소되었고, 금년도엔 작년에 비해 겨우 5%만 인상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도 마 필관리자의 파업 분위기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결국 경주마의 수준을 저하시키지 않겠습니까. 적자를 본 馬主들도 조교사에게 마방위탁관리비 등을 내지 못해 지금 그 미납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태가 빚어 지고 있습니다.
『현재의 상금으로 마필관리자의 대우를 개선하고 말값을 보전하기 어려운 만큼 그것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한꺼번에 (현실화)하기는 어렵습니다 . 상금은 마사회의 경상경비로서 지출되는데, 기획예산처 지침에 따르면 경상경비는 前年대비 5% 이상 인상할 수 없습니다. 말 값이 크게 오른 것은 사실인 만큼 상금은 별도 항목으로 빼낼 수 있도록 관계부처에 건의할 생각입니다. 상금 수준을 확대하여 경마산업 육성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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