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4/06/19)  
 아파트와 경마 '쏘스'

생선시장에서 삼천원짜리 고등어 한 마리를 사면서 원가가 얼마냐고 묻는다면 상인은 코웃음을 칠게 뻔하다. 실제로는 새벽에 잡아 올린 고등어가 경매에 부쳐지고 중간 상인의 마진을 보태고 운반과 유통을 거친 과정을 역추적하면 한 마리의 원가가 계산이야 되겠지만 그렇게 따진 2~3백원 짜리 고등어를 왜 이리 비싸게 파냐고 성을 낼 수는 없는 일이다. 고작해야 유통구조를 개선하여 가격인하를 꾀하라는 권유 정도는 모르겠지만.

아파트 분양 원가의 공개논란이 뜨겁다. 정부여당과 대통령의 의견 차이가 상세하게 보도되었고 그런 혼선과 맞물려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한다와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날카롭게 각을 세우고 있으며 선별적인 공개 쪽으로 가닥을 잡자는 중도적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이쪽 말을 들으면 이쪽이 맞는 것 같고, 또 저쪽 말을 들으면 저쪽 말이 맞는 것처럼 보인다. 일단 서로의 주장은 모두 경청할 만하다. 나름대로 논리가 있고 타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관전자의 입장에서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다. 여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제1야당도 당론으로 확정한 원가 공개 방침이 불가 쪽으로 기울면서 노무현 정부의 개혁성향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공약을 보고 표를 던졌던 민의를 배반한다는 분노 역시 뒷감당이 어려운 대목이다.

부동산 가격과 서민주택 안정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다는 분양원가 공개를 인위적이고 강제적으로 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라고 본다. 장사꾼에게 원가를 공개하라는 요구는 협박이자 억지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뼛골 빠지게 일해도 아파트 한 채 마련하기가 요원한 현실에서 공개 주장은 일종의 국민적 울분의 표현이자 청원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경제학 원론에 입각하여 시장의 논리만 늘어놓는다고 비난받는 현실은 답답한 상황이다. 정부는 원가 공개 없이도 아파트 건설사가 폭리를 취하지 못하고, 보장받는 아파트 투자 수익을 억제할 확실한 대안이나 정책을 제시해야만 한다. 분양 원가 공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담합과 투기가 판치는 현재의 부동산 시장을 만들어놓은 것이 그 빌어먹을 '시장'이라면 판을 개혁하는 청사진이 마련되어야 한다. 실 수요자인 서민을 공급과 연결시켜주는 정직한 시장이 필요하지 않은가.

답답하긴 경마판도 마찬가지다. 경마 정보 시장은 부동산과 비교하여 더하면 더했지 나을 게 하나도 없다. 부정한 정보 제공을 감시하는 마사회 보안과장이 약점 가진 기수들을 협박해서 정보를 빼내고 이를 다시 시장에 내다 파는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렀다. 제한적으로 유통되는 경마 정보가 떳떳하게 공개되지 못하고 은밀하게 내부 거래되었던 것은 우리 경마 시장이 얼마나 폐쇄적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모든 경마정보를 공개하고 유통 구조를 개선하라는 팬들의 줄기찬 요구는 이제 하다 하다 지친 잠꼬대가 되었지만 부정한 커넥션을 이용한 왜곡 되고 굴절된 정보 시장은 우리를 비웃고 있다.

더 이상 공개할 경마 정보가 없고 현재의 유통 구조에 문제가 없다는 데도 경마 정보를 돈 주고 사는 일은 왜 생기는 것일까. 더구나 그렇게 얘기하는 시행체의 직원들이, 정보를 거래했다면 도대체 진실은 무엇인가. 개인적인 비리일 뿐이며 그들이 돈을 땄다는 증거는 없다고 마사회는 변명할지 모르지만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것만도 억대를 들여 정보를 산 건 그들이 단지 무모했을 뿐이라고 단정해도 되는 것일까.

현행 규정에 따르면, 경마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다. 정보 제공은 남모르게 특정인에게만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마사회법 위반 범죄다. 경마 정보 공개 시장을 정리하고 개혁하는 방법은 위의 경우처럼 경계가 사실상 모호한 부분들을 통폐합해서 공개할 자신감이 우선이며 궁극적인 지향점이 되겠지만 완전한 정보의 공개가 이를 앞당길 수 있다. 부정한 거래를 단속할 필요없이 거래 자체가 무용(無用)하도록 하는 모든 정보의 개방이 우리 경마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첩경이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완전 개방이 곤란하다면, 은밀한 내부 거래나 부당하고 불공정한 유통을 근절할 확실한 대안이나 정책을 제시해야만 한다. 정보 공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고약한 밀약과 '쏘스'가 범람하는 현재의 경마판을 만들어놓은 것이 혹시라도 그 빌어먹을 시장논리이거나 알고도 모른척한 무사안일이었다면 그 판을 개혁하는 청사진이 마련되어야 한다. 실 수요자인 대다수의 경마팬을 공급과 연결시켜주는 정직한 시장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요구가 투명한 부동산 시장을 만들라는 국민적 요청이라면 경마정보를 완전 공개하고 부당한 거래를 근절 시키라는 경마팬의 요구는 공정한 경마판을 확보하라는 권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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