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4/11/06)  
 딴 데 가서 알아봐


전국에 모두 29곳을 운영하는 장외 발매소에 대해 정부는 지난 99년 실내경마장 이용객 증가와 시설 낙후 등을 이유로 13곳에 대해 이전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2001년부터 수원, 시흥 등 7곳을 이전했으며 인천과 부천 등 나머지 6곳의 이전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대부분 이전 대상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이사 갈 곳이 없는 상황이다.

최근, 경기 안산지점을 선부동에서 고잔 신도시로 옮기려고 대상 건물까지 선정했지만 인근 주민들의 반발과 용도 변경과정에서 해당 건물의 건축법 위반사실이 드러나 무산된 바 있다.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처지. 지금의 마사회가 바로 그렇다.

이 같은 박대와 냉소는 그러나 자업자득의 결과다. 57년 9월1일, 유선전화를 통한 실황중계를 처음 서울 명동에서 시작할 때부터 민간업자에게 지점개설을 허용하면서 매출의 최고 15%를 제공했다. 70년대 들어 TV중계가 등장하면서는 엄청난 비리가 횡행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이권(利權)이다. 몇 년 전에도 정치권의 낙하산으로 입성한 마사회 현직이사가 장외지점 건물 임대와 관련하여 수억 원의 뇌물을 받았다가 재임 중 구속되기도 했다.

태생적 원죄도 그렇지만, 그곳은 부정경마의 어두운 배후였다. 매출의 일정 부분을 받다 보니 지역의 돈 있는 사람들을 끌어들여 마권을 사게 했다. 고급정보를 제공해서 경주 적중을 쉽게 하면 더 많은 매출은 불 보듯 뻔한 일. 여기에서 왜곡된 유통구조가 만들어졌다. 경마정보를 일컫는 속칭 '쏘스'의 생산과 소비가 자행되었던 것. 결국, 경마장에 본부를 둔 바보 같은 마사회는 민간업자에겐 엄청난 부를 제공하면서도 칭찬은커녕 배부르게 욕만 먹었다. 관리감독의 부실에 대한 질타의 대상은 결국 마사회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90년대 중반 들어서야 정신을 차린 마사회는 발매소를 직영으로 전환하였지만 그동안의 원성과 사회적 불신은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그 원죄를 극복하는 일이 바로 장외 사업의 기본 전제다. 흘러간 과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전체 매출의 8할을 차지하는 장외지점이 현재 경마사업의 중추적 기반이며, 경마장과 먼 거리에 있는 수요층을 직접 찾아가는 맞춤 서비스의 일종으로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는 실질적인 고객서비스라면 버릴 수도 없는 카드다.
그렇지만, 지점이 들어섬으로써 교통난과 주거환경이 악화됨은 물론이고 가산 파탄자를 양산하는 노름방이 왜 내 동네에 들어서느냐는 지역이기주의(NIMBY)를 나무랄 수만은 없는 일이다. 마사회는 매출을 늘릴 수 있고 지점이 속한 지자체는 세수에 큰 도움이 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경우지만 지역경제에 보탬이 된다는 유일한 혜택도 알고 봤더니 걷은 세금의 절반을 연고도 없는 경기도가 경마장 본장을 관할한다는 이유만으로 강제 징수하는 까닭에 남는 게 없다고 분노하는 심정도 이해해야 한다.

사태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지역자본의 무자비한 유출로는 설립과 존재의 근거가 퇴색하는 법. 각 지점의 노래 잘하는 주부들을 선발해서 매년 여는 애마 주부가요제가 올해로 여덟 돌이 되었다며 지점이 문화사업에 충실 한다는 곁다리만 두드릴 일은 아니다. 대통령배 대상경주를 부활시켰으니 맡은바 정치적 소임을 다했다며 한 숨 돌리는 낙하산 인사의 여유도 아직은 때가 이르다.

장외발매소 납세 분이 시·군 자치단체에 돌아가도록 농림부와 협의해 올 정기국회에서 법개정을 추진 중인 마사회 법조팀의 외로운 질주에 마사회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48  아파트와 경마 '쏘스'     장청수 2004/06/19
47  마사회장, 이젠 물러날 때     장청수 2004/06/23
46  ICSC를 아십니까     장청수 2004/07/03
45  개혁이 경마를 살린다     장청수 2004/07/10
44  개처럼 벌어오면 정승처럼 쓰겠다?     장청수 2004/07/17
43  베팅의 재구성     장청수 2004/08/07
42  밸류 플레이(Value Play)     장청수 2004/08/14
41  가는 말, 안 가는 말     장청수 2004/08/21
40  부자와 큰손     장청수 2004/08/28
39  마라토너의 슬픔이 주는 교훈     장청수 2004/09/04
38  축산발전기금     장청수 2004/09/11
37  한 번     장청수 2004/09/25
36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     장청수 2004/10/09
35  쓸모없는 국정감사     장청수 2004/10/16
34  '스내피댄서'와 '왕청파'     장청수 2004/10/23
33  굴비상자     장청수 2004/10/30
 딴 데 가서 알아봐     장청수 2004/11/06
31  대통령의 트로피     장청수 2004/11/13
30  아름다운 마주(馬主)     장청수 2004/11/20
29  누가 조교사를 뽑는가?     장청수 2004/11/27

[1][2][3][4] 5 [6][7]
 

Copyright 1999-2019 Zeroboard / skin by zero